[신세돈 칼럼] 2024년 '긴축 예산안'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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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입력 2023-09-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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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교수]

 
 
 
 
‘알뜰 재정 살뜰 민생’이란 표제를 걸고 2024년도 예산안(이하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총지출은 657조원으로 전 년에 비해 약 2.8% 증액된 규모다.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안에 불과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에 어떤 경제 철학을 가지고 어떤 정책들을 추진할지 의도와 계획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예산안 중에서 4대 중점 투자 분야를 보면 따뜻한 동행을 위한 약자 복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 준비 투자,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국가의 본질적 기능 수행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행복한 사회, 역동적 경제 뒷받침 및 국민 안전 강화와 글로벌 중추국가를 강조했던 2023년 예산과 거의 같은 구조인 셈이다. 다만 중점 투자를 위한 핵심 과제는 2023년 12개에서 2024년 20개로 늘어났는데 100만 노인 일자리, 다문화가정의 무격차, 어린이가 걱정 없는 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중증장애 국가 책임보호, 첨단 서비스 분야 육성, K-콘텐츠 지원, 국민 정신 건강의 면밀한 관리 등이 새로운 핵심 과제로 등장했다.
 
이 예산안을 두고 제기되는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긴축 예산이라는 비판이고, 다음으로는 R&D 예산은 대폭 삭감된 반면 SOC 투자 예산은 증액되어서 균형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미래 발전을 저해하는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끝으로는 예상되는 관리재정적자 규모가 92조원으로 건전재정예산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긴축 예산이라는 비판은 총지출 증가율이 최근 20년 중 가장 낮은 2.8%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2023년 5.1%, 2022년 8.9%, 2021년 8.9%에 비하면 확실히 지출 증가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과속으로 팽창 지출하던 과거 정부에 비교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정부와 비교하면 꼭 낮다고 할 수만은 없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 4년 연속 8% 넘게 총지출이 증가하면서 총지출 규모는 2018년 429조원에서 2022년 608조원으로 179원이나 늘어났다. 연간 45조원 가까이 지출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속도로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는 없다. 감속 페달을 밟아야 할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는 연평균 총지출 증가액이 17조원에 불과했고 박근혜 정부 때에도 15조원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도 지출 증가율을 2010년 2.9%로 감속했고 박근혜 정부도 2016년 2.9%로 낮췄다. 그런 점에서 보면 2024년 지출 예산이 15조원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 평균 총지출 증가액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긴축 재정이라는 비판은 수긍하기 어렵다.
 
두 번째 비판은 R&D 예산이 26조원으로 전년도 31조원에 비해 약 17% 깎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 및 뉴딜 2.0 정책을 실시하면서 R&D 지출이 과도하게 팽창되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로 보아 이상할 것이 없다. 2019년 R&D 예산은 20조5000억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24조2000억원, 2021년에는 24조3000억원, 그리고 2022년 말에는 29조5000억원으로 4년 동안 44%나 폭증했다. 이제는 폭증한 R&D 투자 성과를 측정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며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할 때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R&D 예산안이 전년에 비해 축소되었다고 미래에 대한 대비 투자가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맹목적인 비판에 불과하다. 정부의 R&D 투자 계획을 보면 국가첨단전략산업을 규정하고 대규모 도전적 기함(Flagship) 투자를 통해 생태계를 고도화함은 물론 첨단 서비스 분야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프로그램들을 설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계획들이 의도된 대로 성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지만 단순히 예산액이 삭감되었다고 국가의 미래 R&D 투자가 전체적으로 뒷걸음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피상적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R&D 예산은 깎인 반면에 SOC 투자 예산은 25조원에서 26조1000억원으로 증액된 것을 가지고 일부 전문가들은 마치 건설업자와 결탁했던 과거처럼 정부가 짜고 건설경기를 부양하려고 하거나 혹은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음모의 눈으로 비판할지도 모른다. 이번 정부인수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가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시대의 건설이고 이를 위해 120대 국정과제 중에서 10개가 지역 맞춤형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방 인프라 투자, 지역특화 산업 육성 등 기회특구 인프라 투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없다. 낙후된 지역경제를 균형 있게 살리기 위한 지방 인프라 투자는 소외되어서는 안 되는 투자이므로 지난 정부 동안 외면되었던 인프라 투자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끝으로 정부는 2024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92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런 적자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점에서 건전재정이라고 볼 수 없는 면은 있다. 그러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세수입(전망)이 저조해서 그런 것이지 지출이 과도하게 팽창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경기 부진으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국세수입이 예상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약자 복지나 중소기업 정책지원 등 중요한 예산 지출 항목을 전년에 비해 크게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므로 재정적자는 불가항력인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하여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글로벌 고금리로 인하여 통화정책을 동원하는 것이 어려울 때 재정정책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입장을 견지한다면 내년도 예산 규모는 2.8% 증가가 아니라 5% 혹은 8%까지 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2020년 이후 2022년까지 매년 관리재정적자가 100조원을 넘을 정도로 ‘확장 재정정책’을 동원했지만 평균 경제성장률은 2%를 밑돌았다. 물론 확장재정정책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 나빴을 것을 만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강변하겠지만 누가 보더라도 2020~2022년 확장재정지출은 코로나 타격을 입은 경제주체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복지적 성격의 지출’이었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성장정책은 아니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100조원 늘어났을 때 그것의 성장률 기여도는 2000년대 초 0.65%포인트에서 2000년대 중반 0.55%포인트로 떨어진 다음 2010년대에는 0.25%포인트로 낮아졌다. 지출이 100조원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성장률은 0.25%포인트밖에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앙정부 채무가 이미 11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도 못할 국가채무를 확대할 수는 없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성장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지출은 가용 재원 범위 내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폭넓은 지원과 미래 산업에 대한 발굴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보고 이들을 위한 경쟁력 제고 투자에 보다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들을 위한 투자라면 다소간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숫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75%를 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들이 중요하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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