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행에 저항한 아내, 기소유예 처분한 검찰...헌재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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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9-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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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3072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3.07.2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헌법재판소가 남편의 폭행에 대항해 손톱으로 팔을 할퀸 아내에게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상대방의 일방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했다면 정당방위로 봐야 한다고 헌재는 설명했다.
 
헌재는 6일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씨는 2021년 1월 주거지에서 남편인 B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112 신고를 하기 위해 B씨가 들고 있던 휴대폰을 빼앗는 과정에서 손톱으로 팔 부위를 할퀴는 방법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인천지검은 그해 5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같은 해 8월 기소유예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밝히지 않고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로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이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상대방의 일방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써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정당방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여성인 A씨가 남성인 B씨에게 일방적으로 발로 차이고, 잡혀 끌려가자 이에 저항하며 피해자의 손을 떼어내려고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피해자의 팔을 할퀸 것은 폭행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헌재는 “A씨의 행위는 B씨의 선제적이고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함과 동시에 이를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인 유형력 행사로써 사회적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최근 ‘묻지마 범죄’ 등의 확산으로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재는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않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써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결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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