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간호학 근간'…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 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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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임봉재 기자
입력 2023-09-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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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고 범석 박영하 박사와 을지재단 성장 이끌어'

  • '사재 털어 범석장학재단 설립…27년간 연구비·장학금 수여'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사진을지재단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사진=을지재단]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이 1일 오전 소천했다. 향년 94세.

전 명예회장은 을지재단 설립자인 고 범석 박영하 박사의 부인으로, 남편과 함께 을지재단 발전을 이끌어 왔다.

1929년 출생한 전 명예회장은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했다.

초임지는 부상병이 속출하는 대전의 제2 육군병원 수술실이었지만, 명철함과 성실함으로 군 간호학의 근간을 마련하는 등 간호 분야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1952년 전쟁터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고 박영하 박사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부부가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은 의료계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이듬해 대위로 예편한 전 명예회장은 고 박영하 박사와 함께 1956년 서울 을지로에 박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했다. 박 산부인과 병원은 을지재단의 시초가 됐고, 전 명예회장은 헌신적인 내조로 을지재단 성장에 기여했다.

개원 초 야간 산부인과를 운영할 당시 간호는 물론 병원 전반의 업무를 처리하며 큰 힘을 보탰다.

1968~1994년 을지병원의 상임이사로 재임하며 산하 의료원의 환자 간호와 간호 행정 발전에 힘을 쏟았다.

당시 만든 을지의 간호 행정 매뉴얼은 전국 병원에 퍼져나가면서 기본 교과서로 회자할 만큼 주목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현재 을지대학교의료원의 전문적인 간호체계의 기틀이 되고 있다.

이어 1994~2010년 을지재단 부회장 재임 당시에는 의료 사업을 통한 국민 보건 향상에 주력했다.

의사, 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을지의료봉사단을 창단해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가장, 수재민 무료 진료소 개설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도 실천해 왔다.

전 명예회장은 이때마다 항상 앞장서 의료봉사 현장을 찾아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의료에 온 힘을 쏟았다.

특히 후학 양성과 인재 육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1997년 개인재산 10억원을 출연해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초대 이사장으로 27년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왔는데, 장학금을 받은 학생만 2000여명에 달한다.

또 우수 연구자 600여명도 발굴해 연구비를 지원하고, 범석상을 시상하는 등 재단이 국내 유수의 장학재단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일조했다.

전 명예회장은 재단 설립에 그치지 않았다.

2010년에는 사재 37억원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2013년 고 박영하 박사가 소천하며 남긴 전 재산 172억원을 학교와 재단에 기부했다.

전 명예회장은 국내 의학 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호국영웅 기장증, 2020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전 명예회장은 고 박영하 박사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 안장된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딸 박준숙 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 사위 최원식 을지대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석좌교수, 며느리 홍성희 을지대 총장 등이 있다.

빈소 서울 노원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 11시다.

을지재단 관계자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와 부의금은 정중히 사절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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