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그저 유행어가 돼버린 'ESG'…'존엄성 회복' 본질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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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한국조정(중재)협회 ESG위원장
입력 2023-08-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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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법무법인 로고스 수석전문위원·미국변호사
박희정 한국조정(중재)협회 ESG위원장

1경원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회장은 2020년 연례서신에 ESG라는 단어를 26번이나 언급했다. 환경(E)·사회(S)·투명경영(G)을 강조하며 회사들에 ESG보고서를 요구했다. 금융권이 ESG 풍선을 쏘아 올리며 가속도를 붙이고, 여기저기서 모두 ESG 경영·투자를 소리쳤다.

그 후 2022년에는 ESG 단어가 1번만 등장했고, 딱 3년이 지난 올해에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달엔 더 이상 ESG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ESG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사용하는 것에 염증이 났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소모적인 싸움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지속가능한 환경·사회·회사를 만들어 환경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것인데, ESG가 논쟁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용어가 본질을 훼손할까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환경(E)에 있어서 생물인 기업·금융 역시 생존 본능과 혁신·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인다. 국내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는 일본 은행과 함께 일본 최대 규모 탈탄소화 펀드(10억 달러 규모)를 운용하기로 했다. 탈탄소를 위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계획으로 국내 처음이다.

우리 사회(S)에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쫙 열거해 보자. 그리고 하나씩 소거해 보자.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저출산·고령화일 것이다. 이것은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 지금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결혼을 많이 하게 한다고 2명 이상 출산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시급하게,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이민정책이다. 성숙하게 만들어 가야 하는 지방자치 정책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민·지방자치 정책을 고용 성장과 경제적 다이내미즘(역동성)·존엄성 회복을 위한 핵심으로 설명하곤 한다. 유니콘 87개 가운데 44개가 이민자가 설립한 회사라는 사실은 미국의 자랑거리다. 노벨평화상도 1901~2021년 조사 결과를 보면 총 311명 가운데 109명이, 과거 20년 동안은 104명 중 40명이 이민자다. 특히 2021년 노벨의학상·화학상·물리학상 수상자 4분의 3이 이민자로 나타났다.

국가정책으로 사회(S)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기업가정신·투명경영(G)이 필수다.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한 이유다. 필자가 국회 정무위위원회 보좌진으로 있을 당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수도 없이 국회를 찾아온 것을 잊을 수가 없다. 청년 창업가 여럿과 함께였다. 국회를 올 때마다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을 테고, 규제를 철폐해달라며 논리적 설명과 함께 부탁도 해야 하는 상황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정감사에 불려 와서 야단맞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 덕에 규제 샌드박스로, 네거티브 규제로 청년 창업가들은 높은 벽을 넘어 사회 문제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ESG 핵심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기업가정신, 그리고 헌법정신·존엄성 회복이다. 이는 내가 남을 향해, 남이 나를 향해 그리고 내가 나를 향한 존엄성을 지키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바로 헌법정신이다.

최근 교권과 학생인권, 회사와 근로자 사이 각 개인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과 이익형량의 장치, 헌법과 정치 영역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런데도 놓치는 모두의 존엄성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알맹이 ESG가 가야 하는 길이다. 존엄성회복(지속가능·ESG) 정책은 어떻게 품격 있는 대한민국으로 가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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