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 日 사례에서 본 우리의 태양광 발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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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성 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3-08-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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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매년 여름, 수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는 안타깝게도 필자가 많이 이용하는 오송역 인근에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기후변화는 더욱더 그 위세가 강해지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대비는 그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서둘러 왔다. 태양광 발전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태양광 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 그리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에게 매우 유익한 에너지원으로서 사회경제적으로 더욱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 점에 대해 아무 이의도 없다.
그런데 태양광 발전에는 장점만이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태양광 발전의 활용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들에 유의할 필요가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일본 사례는 도움이 된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2012년부터 고정가격매입제도(FIT: Feed in Tariff)를 운용하였다. 전력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고정가격에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대상이 되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이다. 예를 들어 어느 가정에서 2023년에 10kW 미만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고 가정하자. 이 가정이 생산한 전기는 향후 10년간 1kWh당 16엔의 고정가격으로 전력회사에 판매할 수 있다. 이 매입가격은 매년 다르게 정해지며 현재까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태양광 투자의 장기수입 예측이 가능하므로 투자가 훨씬 수월해진다. 다른 유형의 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021년 22.4%에 이르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태양광 발전의 비중은 2014년 1.9%에서 2021년 9.3%로 급증하였다.
태양광 발전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일본에서도 이에 따른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첫째는 전기사용자의 전기료 부담 증가이다. 전기 소매회사는 고액의 전기 구입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전기사용자에게 ‘재생가능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을 추가요금으로 징수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의 생산에는 초기에 많은 자본투자가 요구된다. 유지 운용 비용도 화석연료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투자가 수익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높은 매입가격을 설정해야 하고 이에는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데 일본에서는 이 비용을 전기사용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전기사용자의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언제까지 이 비용을 전기사용자에게 계속 부담시킬 것인가? 반발이 심해진다. 그리고 시장원리와의 조화가 필요하다. 시장가격을 고려하면서 보급 확대의 유인을 제공할 수 있는 가격제도 도입이 요구된다. 그 결과 ‘고정가격 프리미엄제도’(FIP:Feed in Premium)가 2022년 4월부터 도입되었다. 이 제도 도입으로 두 마리 토끼(보급 확대와 가격 안정화)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태양광 패널 설치 확산에 따른 재해 가능성 증가이다. 2023년 7월 19일자 일본경제신문 제1면 기사는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전국 태양광 발전 설비(500kW 이상)의 약 20%인 1658개소가 ‘토사재해위험이 높은 지구’에 입지해 있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가 보유한 500kW 이상의 9250개 태양광 발전설비 데이터(2020년 시점)와 토사재해 경계지구 등 국토데이터를 비교한 결과이다. 일본에서도 매년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 피해가 빈발하고 있고 그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급증한 대형 태양광 패널 설치가 오히려 산사태 등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일본에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는 사업자와 재해를 우려하면서 이를 막으려는 주민 간의 갈등도 전국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사업자는 정부의 사업자 인증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민의 반발에도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일본의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목재를 벌채한 경사면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명백히 토사재해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 일본에서는 2012년 고정가격매입제도 도입 이후 태양광 패널 설치와 관련성이 있는 토사재해가 적어도 230건을 넘고 있다.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인력부족이 만성화되어 있고 사업자는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재난대책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태양광 시설은 친환경 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재난을 불러오는 기피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태양광 발전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는 태양광 패널의 산업 폐기물 관리 시스템 구축의 문제이다.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약 20∼30년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태양광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 훨씬 지나고 있어서 향후 10년 후에는 지금까지 설치한 패널의 본격적인 폐기가 시작될 것이며 2040년 경에는 연간 80만t(톤)을 넘는 엄청난 양의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양광 패널에는 납, 카드뮴, 은 등 유해금속이 포함되어 있어서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폐기물의 철저한 관리와 리사이클을 통한 자원이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련 리사이클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현재 전국에 약 20곳의 리사이클 공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가 폐기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기 전에 리사이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재해대책의 부재와 같이 정부당국이 손을 놓고 있으면 태양광 패널 폐기물이 환경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는 태양광 패널의 지속가능한 유지보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단독주택이 보편적이며 주택을 지을 때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때 건축업자로부터 패널 설치를 많이 권유받는데 설치 후 패널이나 변환기 등 관련 기기가 고장났을 때 제대로 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에 설치된 낡은 시설의 경우 태풍이나 우박 등 이상기후에 따른 고장, 외부 충격에 따른 고장 등이 빈발하고 있지만 설치기업이 영세하고 보조금 목적으로 방문 판매한 경우가 많으며 도산한 사례도 늘고 있어서 고장에 대응한 수리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에너지 자립을 높이는 에너지원의 하나이다. 그러나 보급 확대에만 관심을 두면 일본이 겪고 있는 위와 같은 문제들이 당장 우리나라에도 들이닥칠 것은 자명하며 이미 들이닥친 경우도 많다. 태양광 발전, 나아가 재생에너지 전체가 탈탄소에 기여하고 우리나라 에너지의 한 축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면밀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는 시사하고 있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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