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우리나라 식량안보,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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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입력 2023-07-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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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최근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 곡물 거래소의 밀 정산가격은 지난 7월 12일 톤당 228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불과 열흘 사이에 20% 이상 급등해 7월 25일 기준 280달러를 기록하였다. 사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 2월 중순 290달러를 최고점으로 최근까지 계속 떨어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탈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로 바뀌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최대 밀 수출항구인 오데사가 러시아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가격 오름세가 급해졌고, 대체 수출항인 레니항의 곡물저장 창고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국제 밀 가격은 단숨에 280달러를 돌파하였다.
 
이번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상당 부분 막힐 것이라는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제 밀 가격의 오름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크라이 산 밀 수출의 차질로 국제곡물가격이 최대 15%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급등이 밀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곡물은 식용이나 사료용 모두 다른 식품에 비해 대체성이 크다. 따라서 밀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밀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밀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곡물의 수요가 증가하고 종종 식품 전반의 수요 증가로 확산되기도 한다. 식용유와 간장 및 동물 사료로 활용되는 콩과 주로 사료용 원료로 활용되는 옥수수의 국제가격이 최근 사태로 밀과 같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곡물 및 식품 전반의 품목 간 대체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한편 최근 국제 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제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은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적인 기상재해로 인한 작황 부진이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시작된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세는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의 산물인 전쟁이라는 인위적 요소가 핵심 원인이다. 국제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국제 곡물 동향이 이러하니 쌀을 제외하고 필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식량안보가 걱정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낮은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밀과 옥수수는 필요한 양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흔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위하여 밀과 옥수수의 국내 생산을 늘려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정부도 밀과 콩의 생산을 증가해 자급률을 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곡물자급률을 올려도 식량안보를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좁은 경지면적이란 물리적 제약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곡물자급률 10% 달성조차 쉽지 않다. 그러니 국내 생산을 늘려 자급률을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필요한 양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고 국제곡물가격의 변동에 취약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인 곡물 수입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자급률 제고보다 식량안보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지난 5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서 타결된 공급망은 식량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 및 유지 관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의마가 있다.
 
물론 안정적 수입체제에도 약점은 있다. 곡물 공급국에서 자연재해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고, 국제합의에 의한 공급망 확보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언제든 어떠한 이유가 되었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안정적 수입곡물체제의 구축 이외 국내 비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비상시 곡물 비축은 여러 군데 손을 보아야 할 곳이 많다. 우선 비상시 밀과 옥수수, 콩 등의 비축이 제도적으로 불완전하여 상당 부분 민간의 재고 정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사업 여건에 맞는 물량만을 재고로 운영하고 있을 뿐, 국가적 관점에서 위기시를 대비한 물량비축에는 관심이 적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식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식량안보룰 위한 필수 핵심 품목을 선정해 국가의 책임하에 일정 물량을 비축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비축제도를 가장 확실하게 구축한 사례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이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은 EU의 가입으로 역내 수입조달이 안정화되기 아전까지는 매년 1월이 가기전에 일년간 필요한 먹거리의 부족분을 추산해 전량 비축하는 제도를 운용하였다. 한편 비축된 물량은 일정 기간 비축 후 방출하고 새 품목으로 보충되는 회전비축으로 운영되어야 신선도를 유지, 식량안보용으로의 활용에 문제가 없다. 따라서 방출된 물량을 사용할 곡물 가공회사와의 연계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곡물 수입을 전담할 수 있는 새로운 항만의 확보도 긴요하다. 점차 대규모화된 곡물 운반선의 용량을 감안할 때 곡물 전용 항구 및 부두의 확보는 수입 비용의 절감과 수입 곡물의 비축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결국 식량안보는 자급률 제고만으로는 매우 미흡하며, 안정적 수입체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국내비축제도 함께 가져가는 다층적인 접근이 되어야 한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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