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태양의서커스 홍연진 코치가 말하는 'O쇼'를 꼭 봐야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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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8-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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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라 하면 일반적으로 코끼리나 사자가 묘기를 부리는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동물을 학대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진 서커스도 있다. 바로 '태양의 서커스'다. 이들은 세계 3대 쇼라 불리는 '오(O)쇼'를 진행한다. 태양의 서커스 최초 한국인 단원 홍연진 코치와 이야기 나눴다.
 
태양의 서커스 사진 홍연진 코치
태양의 서커스 [사진=홍연진 코치]
-태양의 서커스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뭔가.
어렸을 때부터 운동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했는데 종목 특성상 실업팀도 활발하지 않아서 은퇴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됐어요. 후배들이랑 공연단도 만들어 보고 이것저것 국내에서 해봤는데 여의치 않아서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됐어요.
 
-태양의 서커스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서커스를 하는 곳인데 1984년도에 만들어졌고 최초로 동물을 학대하지 않은 서커스예요. 음악도 라이브 뮤직이고 댄서도 있고 아크로바틱도 있고 서커스도 있어서 모든 문화예술의 종합체 같은 느낌이에요.
 
-절망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들었다. 다른 길이 아니라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제일 잘하는 일이고 이 일을 하면서 제일 행복하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무대에 섰을 때 희열감을 잊을 수 없어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 하나가 완성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준비를 하나.
공연 하나를 만드는 데는 시간을 무한대로도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을 준비하고요. 'O쇼' 같은 경우에는 1년 정도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뭔가.
위험한 상황은 언제든 있을 수 있지만 저희는 굉장히 매뉴얼화 돼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어떻게 하면 위험한 상황이 안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있어요. 기억에 남는 건 무대에서 공연 도중에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어요. 3단으로 탑을 쌓은 상황에서 무대가 다 흔들릴 정도의 규모였는데 무너지지 않고 공연을 이어나갔던 적이 있었어요.
 
-공연을 잘한다는 기준이 궁금하다.
실력은 당연히 갖추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고요. 하루에 두 번, 일주일에 열 번, 그리고 1년에 480번 정도 공연을 해요. 그러다 보니까 매 공연을 항상 똑같이 잘해낼 수 있는 체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체력관리를 어떻게 하나.
트레이너 분들이 다 계시고요. 마사지사도 계시는데 프로그램을 다 짜주세요. 그래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기초체력을 키우고 있어요.
 
-20명의 팀원들이 모두 국가대표라고 들었어요. 종목은 다 다른가.
저희 팀원은 다 종목이 똑같아요.
 
-코치로서 아티스트를 뽑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뭔가.
실력은 당연히 기본이고 자기 몸을 잘 쓸 수 있는 아티스틱한 부분과 팀웍이 좋은지 관계도 중요하게 보고 체력도 많이 봐요.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 하는 건 뭔가.
의사소통도 중요하고 서로 발전을 하려면 남에게 지적을 들었을 때 기분 나쁘지 않아야 되고 누군가에게 편하게 잘못된 점을 거리낌 없이 잘 이야기 해야 돼요. 기본적인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 같아요.
 
-홍연진 코치에게 동료의 의미가 궁금하다.
저희는 20명 정도 팀원이 있는데 나이 대가 다르긴 하지만 나이 대가 비슷한 친구들은 세계 대회에서 만났던 친구들이에요. 대회에서 경쟁하던 친구들 이었어서 경계심이 없고 나라가 다양하다 보니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서로의 문화도 배우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언어의 장벽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영어를 완벽하게 하시는 분은 미국 분밖에 없고요. 저희 회사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언어에 대한 장벽은 없어요. 서로 다른 나라의 언어도 배우려고 하고 영어를 못하는 게 우스운 일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니고요. 저도 지금도 회의를 하면서 보드에 뭔가 쓸 때 스펠링이 뭔지 물어봐요. 이게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에요.
 
-홍연진 코치에게 출근은 어떤 의미인가.
너무 신나요.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가끔은 너무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걸 많이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라는 자리가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언어의 장벽은 없다고 하지만 제가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영어를 해야 되잖아요. 초반에는 언어에 대한 저 혼자만의 어려움도 있었고 지금은 어려움은 없어요. 한국인이라는 것 덕분에 자랑할 일이 많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무엇이고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해주나.
물속에서 숨 얼마나 참냐고 많이 물어봐요(웃음). 예전에는 가만히 있으면 2분 정도 참았는데 그게 해녀 분들에 비하면 많이 참는 건 아니에요. 근데 물속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까 숨을 참고 100m 전력질주 하는 것과 비슷해요. 그게 쉽지는 않은 일이죠.
 
-직업병이 있나. 그리고 그 직업병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TV 등에서 칼군무 하는 공연을 보면 틀린 모습들만 보여요. 직업적으로 칼군무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예민하게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다들 생소해하더라고요. 대단하다고 하고 많이 격려해주셨죠.
 
-이 일을 잘했다고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공연을 보면서 관객 분들이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호응 많이 해주시면 뿌듯하고 항상 스스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껴요.
 
-세계 3대 쇼 중 하나로 불리는 'O쇼'는 어떤 공연인가.
세계 최대의 물쇼. 죽기 전에 꼭 봐야 되는 공연이요. 많은 분들이 생소해 하시는데 꼭 보셔야 돼요.
 
-단원으로서 베네핏이 있나.
지인 분들 오시면 백스테이지도 보여드리고 가끔 할인도 해드릴 수 있고요. 백스테이지 보시면 다들 재밌어하시더라고요. 돈 주고도 못 보는 장면들이거든요.
 
-먼 훗날 은퇴를 했을 때 하고 싶은 것들이 있나.
저만의 공연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작게나마 제가 만든 물을 이용한 공연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방법이 있나.
매일 같은 공연을 하다보면 아무리 사랑하는 일이더라도 지칠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 분들을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도 처음 O쇼를 봤을 때 설렘이 가득했었고 기대에 차있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지쳤다가도 열심히 공연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 길이 맞다고 생각하고 내가 봤을 때 멋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자기만의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홍연진 코치와 김호이 기자[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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