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내 곁의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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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3-07-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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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SF영화가 바뀌어야 할 때다. SF영화의 단골 소재가 로봇인데 로봇은 이미 공상이 아니다. 로봇은 미래가 아니고 이미 현실이고 일상으로 들어왔다. 공항이나 호텔, 백화점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가게에 이르기까지 로봇을 만나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닌 삶이 되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로봇산업의 가능성을 알고 진작부터 분주하게 준비해왔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브랜드 엑스블(X-ble)은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봇핏(Bot Fit)이라는 이름의 보행보조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LG그룹도 서비스 로봇 ‘LG 클로이’를 출시하고,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간에게 주는 불편함을 로봇을 통해 최소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로봇기업으로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시장 전망
로봇은 크게 제조 로봇(industrial robot)과 서비스 로봇(service robot)으로 분류된다. 서비스 로봇은 생산공정 등에 주로 사용되는 제조 로봇과 구분지어 물류·유통, 의료, 국방, 농업, 가정용 등과 같이 제조업 이외 분야로 응용 분야가 확장된 로봇을 말한다.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3년 현재 약 401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향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4년 487억5000만 달러, 2025년 591억5000만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비스 로봇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물류로봇으로 45%에 달하며 서빙로봇이 18%로 그다음으로 많이 보급된 유형이다. 그 밖에도 의료로봇(13%), 청소로봇(12%), 농업로봇(7%), 점검로봇(5%) 등으로 구성된다.

 
서비스 로봇시장 전망 및 보급 현황
[서비스 로봇시장 전망 및 보급 현황]

 
6대 서비스 로봇, 어디까지 와 있나?
첫째, 물류로봇(Transportation & Logistics)은 서비스 로봇의 가장 범용화된 영역이다. 물류창고는 이미 로봇에 점령된 지 오래다.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물류로봇을 채택하는 물류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SSG닷컴은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이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직원을 찾아오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이 넓은 물류센터를 헤매면서 제품을 찾아야 했다. 이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배송 물품을 확인하면 물건이 담긴 바구니가 자동으로 직원 앞으로 온다.
 
둘째, 서빙로봇(Hospitality)은 사람이 가장 친숙하게 만나는 로봇 중 하나다. 환대, 접객, 주문, 요리 등 일을 하므로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I 로봇커피로 유명한 비트코포레이션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최근 무인 매장 운영 시스템 ‘아이매드’를 상용화하고, 솔루션을 구독서비스로 제시하는 RaaS(서비스형 로봇) 비즈니스로 확대하고 있다. KT Enterprise는 다양한 외식업 매장에서 안정적인 서빙이 가능한 AI 서빙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서빙로봇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급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대보유통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라면이나 가락국수 등을 조리하는 로봇과 무인결제시스템 테이블로를 도입할 계획이다.

셋째, 의료로봇(Medical/Healthcare)은 인류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수술로봇은 의료로봇 시장에서 약 60%를 차지하는데 다빈치(da vinci) 수술로봇은 독점적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교함이 특징인데 사람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최소 절개 수술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주목해 볼 만하다. 대형 절개가 아니라 2.5㎝ 미만만 절개해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없는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 한편 로봇재활치료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데 질병이나 사고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회복시켜 주도록 재활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넷째, 청소로봇(Professional Cleaning)은 사람이 가장 꺼리는 일을 대신 해준다. 청소로봇은 주거, 상업, 산업 분야 청소를 목적으로 설계된 로봇이다. 물론 집마다 로봇청소기가 침대 밑이나 소파 밑까지 돌아다니며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고 있기도 하지만 가정용 외에도 청소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역에서 전문 청소로봇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호텔, 사무용 빌딩, 도로 등에 걸쳐 청소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바닥뿐만 아니라 건물 창이나 외벽, 저수조·탱크 청소에 이르기까지 청소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 많이 보급됨에 따라 태양광 패널 경사면이나 수직면 전방위로 움직이며 조류 배설물 등을 청소하는 클라이밍 로봇(climbing)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섯째, 농업로봇(Agriculture)은 농업을 진화시킨다. 파밍(farming)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팜봇(farmbot)이라고도 한다. 부족한 농촌 일손을 대신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밭 갈고, 씨 뿌리고, 모를 심는 작업을 수행한다. 밭을 가는 자율주행 트랙터, 과수원의 잡초를 제거해 주는 제초로봇, 병충해 방제 로봇 등에 걸쳐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존 디어(John Deere)는 CES 2023에서 자율주행 트랙터로 최우수혁신상을 받았다. 현대로템과 현대자동차도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 등 농업 분야에 적용하는 로봇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농업로봇은 식량 부족이나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 농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여섯째, 점검로봇(Maintenance and inspection)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진다. 영하 40도의 극한 지역에 있는 전력시설이나 산간에 있는 고압전선을 점검하는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케이블 로봇이 케이블의 코팅 두께를 측정하거나 내부 부식을 진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터널 등과 같은 지하 공간의 균열을 점검하거나 시설물을 유지·관리하는 데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3차원 센서와 GPS를 기반으로 균열이나 콘크리트의 열화, 녹 등을 검사한다. 그 밖에도 댐 수중검사, 배관검사, 도로 유지·관리, 건물 외벽 진단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점검로봇이 사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로봇산업,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로봇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로봇은 인간을 짓밟기보다는 돕는 존재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6대 서비스 로봇의 활용·보급 동향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이 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운 일을 대신하거나 사람의 능력을 넘어 물류, 의료, 농업, 청소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종 매체에서도 ‘사라질 직업’에 대해서만 집중 조명하지만 로봇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윤택하게 만드는지, 사람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 나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엄청난 숙제가 주어진 한국 사회는 ‘로봇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 차원에서 로봇산업에 관한 비전을 선포하고 기술 개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선정해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의 원천기술 연구와 정부 출연연구소의 차세대 기술 개발 및 기업의 기술 상용화 등이 어우러질 수 있는 로봇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로봇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IT 인프라와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각각 독립된 조직 차원에서 구축한 역량을 로봇 생태계 전반에 공용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다면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로봇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셋째, 로봇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청사진도 마련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로봇에 의해 인간의 노동력이 대체되는 영역도 있지만 부상하는 로봇산업에서 함께 성장할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해외 유망 기업들을 M&A하고, 해외 전문인력과 기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차세대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융·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를 길러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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