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戰, '상호확증파괴'로…첨단 기술 금지 VS 첨단칩 광물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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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7-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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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갈륨·게르마늄 칼 빼든 이유

  • 수출 통제 고삐, 누가 더 바짝 쥐나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중 반도체 전쟁이 ‘건드리면 너도 죽는다’ 식의 상호확증파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가운데 중국이 최종병기인 광물 수출 통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이 반도제 제조 장비 등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하자, 중국은 첨단 반도체에 필요한 광물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막는 식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中, 갈륨·게르마늄 칼 빼든 이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오는 8월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 및 이들 화합물이 수출 통제 대상이 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금속을 중국 밖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상무부의 허가가 필수인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일부 수출 신청은 정부 최고 기관인 국무원(내각)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금속에 대한 통제권을 바짝 움켜쥐겠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갈륨 공급의 94%와 게르마늄의 83%를 차지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중국이 전 세계 갈륨의 98%를 생산하는 것으로 본다. 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중국은 두 금속의 최대 공급국이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18~2021년 사이에 미국은 갈륨의 약 53%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갈륨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2019년부터는 중국산 갈륨 수입이 크게 줄었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외에도 갈륨과 게르마늄을 생산하는 나라들이 있긴 하다. 문제는 두 금속 모두 희귀 광물은 아니지만, 가공 비용이 높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오랜 기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이들 광물을 수출했고, 가격 경쟁에서 밀린 독일과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나라들은 광물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통제를 빼든 또 다른 이유는 이 광물이 반도체의 중요 성분이기 때문이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이 판단한 중요 50가지 광물에 포함되는 등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갈륨을 이용한 화합물은 전력 손실을 줄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발휘해, 전자 기기에 필수적이다.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를 뛰어넘는 전력 효율성으로 인해 앞으로 쓰임새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예로 비소화갈륨(GaAs)은 실리콘보다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도성이 높아 고성능 칩에 사용된다. 미 지질 조사국은 비소화갈륨을 대체할 물질은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레이시언 테크놀로지 등은 최첨단 레이더를 포함한 군사무기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질화갈륨(GaN)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중국은 레이시언 테크놀로지가 군사 기술을 첨단화하는데 중국산 광물을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질화갈륨은 향후 전기차용 파워 반도체에도 널리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질화갈륨을 사용하는 칩의 매출은 지난해 24억7000만 달러였지만, 2030년에는 19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서치앤마켓츠는 비소화갈륨을 사용해서 생산된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4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3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주요광물협회(Critical Mineral Institute)의 이사인 알라스테어 닐은 “이 조치는 특히 고성능 칩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보내지 않으면 중국은 해당 반도체에 필요한 재료를 보내지 않겠다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통제 고삐, 누가 더 바짝 쥐나

미·중 반도체 전쟁은 보호무역주의 형태로 펼쳐지고 있다. 양국은 국가 안보를 내세우면서 수출 통제의 고삐를 바짝 움켜쥐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세계 광물 지배력을 쥐고 있는 중국이 힘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치고 받는 식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월 반도체 제조 장비 대중국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 주요 동맹국에도 대중국 통제에 합류할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중국은 자국 핵심 인프라 운영자들에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반도체 구매를 중단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네덜란드 정부가 9월 1일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DUV 노광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사실상 막은 데다가 미국이 AI칩 제재 강화 등을 검토하자, 중국은 광물 통제로 대응했다.
 
중국은 그간 광물 지배력을 최종병기로 휘둘러 왔다. 지난 2011년 국제 무대에서 무역 마찰을 겪었던 중국은 희토류 수출량 40% 축소를 선언했고, 이에 일본, 미국 및 유럽연합(EU)은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WTO는 2014년 텅스텐, 몰리브덴 등 중국의 각종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정했고, 이에 중국은 2015년 수출 제한을 철회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제조업체 화웨이를 미국의 수출통제명단에 포함시키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주요 희토류 처리 공장을 방문하며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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