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의 여신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지표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와 부실률이 함께 상승하고 있어 금융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인 23일 5년 만기 은행채(무담보·AAA) 금리는 4.233%를 기록했다. 지난달 초중순 3.9% 안팎에서 등락하던 것보다 30bp(1bp=0.01%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3일 4%를 돌파한 뒤 현재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은행채 5년물이 1~2개월 사이에 30bp 오르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에 시차를 두고 상승세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주담대 금리와 연동되는 또 다른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지난달 반등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0.12%포인트 오른 3.56%로 집계됐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잔액·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같은 기간 0.03%포인트, 0.05%포인트 상승하면서 전월보다 그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코픽스와 연동된 은행권 주담대 금리도 일제히 상승했다. 코픽스에 연동된 주담대 상품은 매달 15일께 지난달 코픽스가 공시되면 익일부터 새로 실행되거나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는 대출금리에 상승·하락분이 그대로 반영된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격차(스프레드)를 조정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연내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에 일부 은행채가 기준금리를 하회했지만 최근 그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며 “3.5%로 조정된 기준금리 기대치에 맞춰 은행채 금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은 당분간 시중금리가 유의미한 내림세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통화당국 관계자들이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내면서 채권시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할 가능성이 당분간은 매우 낮아서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악화된 은행권 수익성이 내달 초 수치로 확인되면 은행권이 보수적인 금리 책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규모가 오름세로 돌아서고 시중금리도 조정 기간을 거친 뒤 반등하자 향후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등 은행권 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중금리가 최고점을 지나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금리가 재산정된 차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다른 차주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감내하면서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시중금리가 다시금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은행권이 차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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