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항공사, 최소 정비 규정만 치중하다 공든 탑 무너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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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6-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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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 수요가 회복세여서 그런지 최근 유난히 항공 사고가 잦은 느낌이다. 일본 도쿄에서 김포로 오려던 아시아나항공이 '착륙장치 오류로 인한 결함'으로 지연출발해 기존보다 3시간 30분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지난 5월에는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한 인천행 여객기가 유압 계통 문제로 동력 전달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긴급 정비로 이륙이 지연됐다. 또 필리핀 마닐라를 떠나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엔진 시동 후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면서 정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오려던 대한항공 여객기도 기체 결함으로 출발 지연됐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제주항공도 같은 이유로 이륙한 지 3시간 만에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최근 운항 횟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기체 부품의 정비와 교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항공기 부품은 이착륙 시 충격과 온도 변화에 따라 수축, 팽창이 이뤄져 철저한 정비가 요구된다. 가령 지상 온도가 30도이어도 1만5000피트에서는 0도까지 떨어져 볼트와 너트마저 미세하게 풀려질 수 있다. 운항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정비에 더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항공사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항공기는 어떤 파트에 이상이 있을 시 당장 고쳐야 하는 것과 며칠 뒤 수리해도 되는 사항이 메뉴얼화 돼 있다. 이 같은 규정은 최소장비목록(MEL·고장이 나더라도 정비를 미루고 운항을 계속할 수 있는 부품의 목록)으로 불리는데 MEL에만 부합하면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 문제는 MEL에 부합해 이륙했지만 MEL 이외의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항을 해야 한다. 운항 시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MEL 규정에만 치중해 사고 전 경미한 징후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숙련된 정비사들이 있다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빠르고 제대로 된 정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숙련 정비사들이 줄어들면서 불협화음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정비사 수는 2018년 2878명에서 지난해 2684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1388명에서 1308명으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타이어와 전자시스템 등 항공기 자재의 재고가 부족해진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경영난을 겪었던 항공사들은 경비 절감 차원에서 자재를 사용 한계의 최대치까지 활용하고 있다. 항공용 타이어는 한번 착륙할 때마다 작은 빌딩 정도의 무게를 버티면서 지상을 달려 상당한 손상과 마모를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5개월마다 교체돼야 한다. 고도 변화에 영향을 받는 전자부품 역시 적정 시기에 바뀌어야 한다. 부품 부족과 비용 부담 등으로 제때 교체가 되지 않으면서 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의 안전에 대한 높은 경각심이 요구된다. 운항 축소와 인력 감축, 대규모의 손실 등 업황 부진을 겨우 딛고 회복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지금처럼 사고가 잇따른다면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게 된다. 이는 항공사에 꼬리표가 돼 이미지 하락과 여객 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도 좋지만 사고를 계기로 구체적인 대책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역시 사고 방지를 위해 미온적 행정에 머무르지 말고 보다 강도 높은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내실을 튼튼히 다져 진정한 도약을 이루는 항공사가 되길 바란다. 
 

[권가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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