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국회에 자동차 급발진 소송 '자료제출명령' 도입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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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6-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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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급발진 소송 입증책임 전환엔 '신중론'

지난해 12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당시 모습. [사진=강릉소방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 때 입증책임을 피해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들에 대해 사실상 반대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증책임 전환 입법례가 드물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공정위는 '자료제출명령 제도' 도입에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제출명령은 급발진 소송에서 법원이 자료 제출을 명령하면 제조사가 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재판 전 증거개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사와 소비자 측은 모두 공정위 의견과 충돌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영업비밀 유출'을 이유로, 소비자 측은 입증책임 전환 없는 '달래기용'에 불과하다며 각각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증책임 전환 시 산업계에 큰 부담" 의견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제조물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소위원회 안건에 오른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은 총 4건으로, 입법청원안을 비롯해 정우택 의원안, 박용진 의원안, 허영 의원안 등이 비공개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차량 결함 원인을 운전자가 아닌 제조사가 입증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골자로 한다. 본지가 입수한 심사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4개 법안의 핵심인 입증책임 전환 부분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정보의 편재, 기술적 한계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손해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피해자가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 영역과 결함과 손해 간 통상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데 제조 분야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이어서 피해자가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이어 "특히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피해자가 승소한 사건은 1건도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제조사에 전적으로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증책임 전환 입법례가 드문 데다 산업계 전반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피해자 주장만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입법례는 드물다"며 "현행법은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된 것으로, 구체적 내용을 변경함에 있어서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업계에 미치는 부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자료제출명령 제도' 도입 부분 찬성 취지 의견
다만 공정위는 허영 의원안과 청원안에 담긴 '자료제출명령 제도' 도입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이 제도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제조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라고 하더라도 손해의 증명, 손해액 산정 등에 필요하면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조사가 자료 제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법원은 운전자 등 자료를 신청한 당사자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자료제출명령 제도는) 손해배상 소송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구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자료 제출로 인한 영업비밀 유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자료제출명령 제도를 도입한 유사 입법례를 참고해 법원의 비밀유지명령 조항과 관련 절차를 마련하는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자료제출명령제도 도입은 산업 규모와 특성, 영업비밀 유출 우려, 제도 남용으로 인한 피해 등 형평성을 고려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공정위 견해에 대해 제조물 소송 전문인 하종선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분석하지 못하는 급발진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건 매우 부당하므로 입증책임 전환이 돼야 한다"며 "자동차 제조사에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부분은 돈이 없는 소비자로 하여금 엄청난 비용이 드는 소프트웨어 결함 분석을 하라는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는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숨진 아이 유족이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입법 청원을 한 가운데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하면서 국회 소관위인 정무위에서 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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