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칼럼] 尹정부의 '국방혁신' …군사전략적 사고의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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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정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입력 2023-06-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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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위원]




세계 최강의 국방력을 보유하고 발휘하는 미국을 가리켜서 흔히 ‘천조국(千兆國)’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미국이 지출하는 연간 국방예산이 100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고, 그 규모는 세계 2~5위 국가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 많다. 이렇게 엄청난 재정을 지출하는 미국이 지속 가능한 효과적인 군사력 건설을 위해, 마치 최대의 이윤 창출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국방을 경영하고자 하는 혁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폴 케네디(Paul Kennedy) 예일대 교수는 저서 <강대국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the Great Powers)>에서 무분별한 군사력 증강이 경제력 쇠퇴를 초래하게 되고 결국에는 국력(National Power) 전반을 위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전 구글(Google) CEO가 참여했던 미국 국방부의 국방혁신자문위원회(Defense Innovation Board)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히며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공언했다. 국방혁신위원회 구성을 위해 2022년 12월 제정된 ‘국방혁신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방 혁신의 목표는 “인공지능 등의 과학기술 강군 육성”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 기반 중심의 군사력이 뒷받침하는 강군을 육성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이 같은 미래 비전 이행을 위한 노력이 국방 경영을 혁신시키는 노력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이 강조한 ‘제2의 창군 수준 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미국 행정부는 베트남 전쟁이 종전될 무렵인 1970년대 초반 언제 끝날지 모르는 냉전시대에 미국 군사력을 효과적으로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국방부 조직으로 ‘역량비교분석실(Office of Net Assessment·ONA)’을 1973년 구성했다. 이 분석실에 대한 다양한 놀라운 점이 있지만, 이 조직의 수장이 1973년부터 2015년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단 한 명이었다는 점은 분석실 업무의 중요성과 탁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정부와 국방장관이 바뀌었음에도 앤드루 마셜(Andrew Marshall) 실장이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던 이유는 미국이 국방정책과 전략을 경쟁국가들보다 한 발 앞서 혁신시키는 데 있어서 그의 전략적 통찰력과 분석력이 그만큼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앤드루 마셜 실장은 경영전략과 이론을 적용하여 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국가적 요소를 상대성에 기초해 역량을 비교·분석하며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주도하거나 대응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7년 6월 ‘국방 개혁에 관한 법률’을 최초 제정된 이후 과거 정부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 국방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인구절벽, 병영복지 및 문화, 전력 운영, 지휘 체계, 기강 해이 등 도전적 과제를 보았을 때 그 성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또한 현재 국방정책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요 변수가 고령화, 출산율 급감, 실업 증가, 복지 확대, 삶의 질 등 비(非)군사적 요소에서 파생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과거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방 혁신을 위한 노력들은 미래에 대한 전략적 통찰력이 부족했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군사적 현안에 매몰되어 한반도 안보의 특수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방 경영은 미국, 독일 등 국방 선진국들을 제외하면 아직도 생소한 개념이다. 군사력 건설에 있어 국방 경영의 핵심은 현존 및 잠재적 위협에 대한 분석, 위협 세력이 보유한 군사적·비군사적 역량 및 취약점 판단,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 식별 및 강화, 최적의 위협 대응, 군사적 및 비군사적 대응 방안 마련, 국방 조직 및 전략·작전 개념 변화 필요성 고찰, 예산 편성 및 집행의 효율성 제고, 최적화된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 등 절차를 통해 마치 여러 종류의 악기를 조화시켜 최상의 협연을 만들어내는 접근법이다.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이후 지속된 한반도 안보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국방부가 미래 전장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군사력 건설에 있어 정책적 혁신을 추진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의 특수성에 매몰되어 혁신적 방안을 이행하는 노력을 주저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무기체계 소요가 제기되고 실제로 운용되기까지 통상 5~10년 걸리고, 무기체계의 운영 총수명주기가 30년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40년 내외에 걸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데 앞서 언급한 국방 경영 관점에서 군사력 건설을 검증하고 통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시스템과 조직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시로 국방전략 및 정책에 근거하여 향후 5년간 중장기 무기체계 소요 기획, 획득 및 개발 계획 등을 수립하는 국방중기계획 작성 과정에 예산 및 민간 전문가 등이 이례적으로 참여하였고,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향후 5년에 걸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 국방부가 최초로 참여하게 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출발점으로 보인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정책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국방부는 한반도 안보 특수성에 스스로를 고착시킬 것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를 고민해야 한다. 군사력 건설은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근간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방 혁신이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무기체계 개발 및 확충에만 그치게 된다면 절반의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군사력 증강을 통해서 국방 혁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과거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첨단 기술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전장 환경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수 있는 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통된 정책적 편향이다. 이 같은 정책적 편향의 위험성은 미국의 중동전쟁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충분히 식별되고 있다. 결국 군사전략적 사고의 창조적 파괴와 첨단 기술에 기반한 군사력 증강이 최상의 협연을 이룰 때 성공적인 국방 혁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21세기 국방 혁신의 근간을 마련한 앤드루 마셜 실장은 “펜타곤(미국 국방부) 사고의 틀 안에서는 펜타곤을 혁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필자 주요 이력 

▷정부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 ▷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영리더'(한국 대표) ▷국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의원연맹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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