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전날이 제삿날 될 뻔"…항공기 개문 범인 제압한 '빨간 바지' 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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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3-05-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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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린 채 운항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 앉아 있는 이윤준씨(사진 속 빨간 바지) 모습

문 열린 채 운항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 안에 앉아 있는 이윤준씨(사진 속 빨간 바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오후 213m 상공에서 항공기 비상 탈출문이 열리는 공포의 순간에도 항공기 개문 범인을 제압한 승객이 있다. 바로 범인 옆자리에 탑승했던 이윤준(48)씨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 '공포의 착륙' 동영상 속에서 빨간 바지를 입은 남성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사건 당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 안전 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안전 교육을 위해 제주도 출장 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이씨는 "생일 하루 전날이 제삿날이 될 뻔했다"고 운을 뗀 뒤 "휴대전화 사진들을 보고 있어서 직접 문을 여는 건 보지 못했는데 탈 때부터 그 친구(항공기 개문 범인)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구 공항에 다 왔는데 (공중에서) 문이 열렸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 친구가 저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겁이 나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대각선 방향에 앉은 승무원을 보니 나에게 무언가 지시하려는 눈빛이었다"며 "승무원이 계속 눈빛으로 무언가 간절한 신호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으며 착지하는 순간 범인이 안전벨트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이어 범인이 열린 출입문 앞에 있던 비상문 옆 벽면에 매달린 채로 뒤를 돌아봤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후 눈빛을 계속 교환하던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이씨는 왼팔을 뻗쳐 범인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안전벨트를 차고 있어 일어날 수 없었던 상황. 이씨는 양손이 닿는 대로 범인이 못 뛰어내리도록 그의 목 주위를 잡아내느라 진땀을 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처음 본인이 목덜미를 잡은 남성이 범인인 줄 몰랐다고 한다. 당시 문이 열리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이 없는 데다 겁을 먹어 뛰어내리려는 승객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큰 사고인 줄 모르고 대구로 돌아와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인터넷에서 승무원분들을 욕하는 악플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상황을 정리한 승무원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한테 계속 눈으로 사인을 주신 승무원분은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하셨다"며 "착륙 과정에 범인을 진압하던 사람들이 튕겨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안전하게 잘했다"고 전했다.

한편 대구 동부경찰서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범인 이모(33)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 26일 제주에서 출발해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착륙 직전인 상공 213m에서 출입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며 "비행기 착륙 전 답답해 빨리 내리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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