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직 딜러 "중고차매매단지는 탈세의 온상"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태기원 기자
입력 2023-05-24 15: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중고차매매단지인 서울오토갤러리 전경.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의 한 대형 중고차매매단지 딜러로 근무한 A씨는 최근 국세청 등 사정기관에 본인이 경험했던 탈세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2년간 경험한 중고차매매단지에서 벌어지는 탈세 범죄를 낱낱이 밝혀 시장을 투명하게 하고 자신의 허물 또한 털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A씨는 중고차매매단지를 ‘탈세의 온상’이라 정의 내렸다. 그는 “그곳에서 정직보다는 편법을 먼저 배웠다”며 “편법으로 인해 많은 수익을 얻었지만 정직하게 일하는 분들에게 창피함이 앞섰다”고 고백했다.

아주경제는 최근 A씨를 만나 그가 겪고 보았던 중고차매매단지와 소속 상사 대표의 탈세 사실을 구체적으로 들었다.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어떤 방식으로 세금 탈루가 이뤄지는가. 본인이 실제 보거나 겪은 내용을 중심으로 밝혀 달라.

"제가 딜러로 근무했던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오토갤러리는 주로 고가 수입차를 취급하는 중고차매매단지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오토갤러리 내 중고차매매 상사들 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세금 탈루 편법이 만연돼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제가 근무했던 상사는 그 정도가 많이 심했다. 주로 슈퍼카 등 고가 수입차를 매입하고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금이나 계좌 거래로 이뤄졌다. 그렇다고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는 없었다. 고객의 직업군은 다양했지만 일부 불법을 하시는 분도 있어 보였다. 실제 고급 수입차를 구매하면서 수억원 규모의 5만원 현금 다발을 가져오는 경우가 흔했다.

현금 거래이기 때문에 소득을 미신고하거나 축소 신고해 탈세에 악용하기 용이한 환경이었다. 일부 고객은 고가 슈퍼카 구매를 현금 세탁에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번은 대표가 롤스로이스 차량을 5억원에 팔고, 현금 다발을 수취한 적이 있다. 당시 대표는 저에게 탈세 방법을 알려줬고 5000만원은 제 계좌로 입금하게 했다. 은행 직원이 현금 출처를 질의하면 개인채무를 현금으로 받았다고 소명하라는 구체적 방법도 설명해줬다.

대표는 당시 한도 각 1억원씩 마이너스 통장 2개를 보유했는데 현금 2억원을 그 통장에 입금시켰다. 차량을 현금으로 판매 후 마이너스 통장에 매매대금을 넣으면 외견상 대출을 상환하는 것처럼 보여져 세무조사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나머지 2억5000만원은 은행에 입금했다. 통상 1000만원 이상 이체나 입금을 하기 위해서는 거래 목적을 증빙해야 해 우리는 딜러증과 차량계약서를 가져갔다. 하지만 가져간 계약서는 위조된 것이었다. 실제 차량 판매 금액은 5억원이었지만 이 계약서는 2억5000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우리가 단골 고객이라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A씨가 근무했던 중고차매매 상사에서 슈퍼카 매매계약 후 수취한 현금다발. 

-재직했던 상사에서 세무조사를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나.

"대표는 계좌 번호가 010으로 시작되는 평생계좌를 개설하고 일정 거래를 발생시켜 주거래 통장인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자금 추적을 피했다.

그는 '평생계좌 2개를 만든 뒤 하나는 급여 거래 내역, 다른 하나는 카페 이용 등 생활비 거래 내역이 남을 수 있게 해놓으라'고 지시했다. 이어 '국세청은 단순해서 편의성이 높은 010 계좌를 주거래계좌로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평생계좌 2개를 만들면 다른 계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거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현금 세탁은 어떻게 이뤄지나.

"대표가 차량판매대금으로 롤렉스와 같은 명품 시계를 수십개 구입하는 것을 목격했다. 실제 서울의 유명 백화점의 명품 시계 매장에 오픈런(매장 등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뛰는 경우가 많았다. 명품 시계 중 인기가 높은 특정 모델의 경우, 구입하는 순간 더 비싼 값에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구매한 명품시계는 시간을 두고 일대일 거래나 시계거래소 등지에 판매한다. 이렇게 하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금 거래 추적을 피할 수 있다."

-서울오토갤러리 내 다른 상사에도 탈세가 만연돼 있나.

"입주해 있는 상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다른 상사에도 크고 작은 세금 탈루가 이뤄지고, 탈세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실제 오토갤러리 소속의 많은 딜러들이 제가 일했던 상사의 대표에게 탈세 노하우를 문의해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