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차량 급발진' 의혹 법정공방 본격화…法, 음향 감정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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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장한지 기자
입력 2023-05-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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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족 측 "차량결함 없음, 제조사가 밝혀야"

  • 쌍용차 "국과수 조사 확인 후 상세 반박"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들 이도현군을 잃은 아버지가 23일 오후 2시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고(故) 이도현군을 잃은 아버지 이모씨가 23일 오후 2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급발진 사고 원인을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입증케 하는 자체가 모순된 행위이며 폭력입니다." -故 이도현군(사망 당시 12세) 아버지 이모씨 호소문 중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르는 민사소송 첫 재판이 23일 열렸다. 유족 측은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제조사인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측은 급발진 의혹을 부인했다. 법원은 향후 '음향 감정'을 통해 정상적인 급가속 시 나타나는 엔진 소리와 이번 사고에서 발생한 엔진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따져볼 예정이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운전자 최모씨와 사고로 숨진 아이 유족이 자동차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낸 7억6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사건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사고 발생 약 5개월 만이다.
 
"누가 30초간 가속페달 밟냐" vs "차량 결함 없다"
유족 측은 이번 사고가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사고 차량은 자율주행 레벨2 차량으로 해당 자동차에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 △사고 직전 '전방 추돌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자동긴급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결함 △가속 제압 장치(ASS)를 채택하지 않은 결함 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레벨2 수준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 이탈 등을 방지한다. 다만 운전자는 상시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을 책임져야 한다. 
 
결함 의심 정황으로는 가속페달을 100% 밟았는데도 속도가 전혀 증가하지 않은 점, ‘웽’ 하는 굉음과 함께 흰색 액체가 분출된 점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급발진 중에도 운전자가 두 차례 이상 충돌회피 운전을 한 사실은 페달 오조작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족 측은 사고기록장치(EDR) 감정과 음향 감정 등 2건에 대해 감정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급발진 시 전형적인 굉음 소리, 머플러에서 떨어지는 액체, 도로상에 진한 타이어 자국, 흰 연기, 블랙박스에 녹음된 운전자의 생생한 음성 등을 살펴봐 달라"며 "약 30초 동안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계속 밟았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반면 KG모빌리티 측은 차량 결함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를 충분히 확인한 후에 상세히 반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 변호사는 제조사가 차량 결함을 부인하는 것은 결국 운전자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재반박했다.
 
법원은 다음 기일에 음향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상적인 급가속 시 발생하는 엔진 소리와 이번 사고 당시 나타난 엔진 소리 음향을 비교하기 위한 절차다. 재판부는 "감정인 후보자로 두 명씩 추천하면 법원 감정을 많이 수행한 사람 위주로 저희가 감정인을 지정하겠다"며 "법원 감정을 많이 한 사람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원서 1만7000여 부 전달
재판부에 전달된 탄원서 1만7부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민사소송 재판부에 전달된 탄원서 1만7527부. [사진=아주경제DB]


법원은 이번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충분한 기록 검토를 마쳤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에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달라는 탄원서 1만7527부가 전달되기도 했다. 탄원서 전달에는 강릉시장과 더불어민주당 당원 500명,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10998명, 원주시민 1785명 등이 동참했다.
 
운전자 최씨는 이날 법정에서 "저는 사랑하는 손자 도현이를 잃고 저만 살아남아 도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미어진다"며 "저는 평생 죄책감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어 "일부러 사고를 내 손자를 잃으려고 하는 할머니가 어디 있겠냐"며 "제 과실로 손자를 하늘로 보냈다고 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숨진 아이 아버지이자 운전자 아들인 이모씨는 "대한민국에서 급발진 사고는 가정파괴범이자 연쇄살인범이다. 러시안룰렛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급발진 사고의 순번에서 오늘도 무사히 넘어 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건지 마음이 무겁다"며 "부디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60대 최씨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 이도현군(12)이 숨졌다. 숨진 아이 아버지 이씨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동의청원을 신청해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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