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의 미래] 31개국 직장인이 꿈꾸는 AI 시대 일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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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3-05-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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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크로소프트 '업무동향지수 2023 보고서' 조사

  • 업무시간 57% 회의·메일·채팅 43% 문서작성에 써

  • 비생산 필수 업무 '디지털 부채'에 혁신 역량 고갈

  • "미래 AI 활용 업무, 시간 덜 쓰고 품질 높일 것"

  • 경영진 82% "직원들, 생산성 높일 'AI 적성' 필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발표 영상 갈무리]


직장인 A씨는 요즘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고 느낀다. 본인의 업무 성과를 만들기 위해 달성할 목표를 구체화하고 계획을 세워 행동에 옮기기에는 하루가 빠듯하다. 그는 마침 퇴근길에 마주친 상사 B씨에게 이러한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회의, 이메일 작성, 정보 탐색·검토와 공유 등 기본 의사 소통만으로 일과 시간이 소진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B씨는 A씨의 하소연이 남 일 같지 않다. 자신도 특별히 할 말이 없는 간부 회의에 수시로 불려 다니며 업무 시간을 보내고, 정작 직접 책임지는 중요 사업의 추진 현황을 파악하거나 결재 안건을 검토하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만들곤 한다. 둘은 문득 생각한다. ‘요즘 수많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해 현존하는 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경영진부터 말단 사원까지 난리인데… 내 일을 대신할 AI는 대체 어딨는 거야?’

이들처럼 의사 소통에 상당한 업무 시간을 쓰느라 창의성과 전략적 사고를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자영업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미국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가 다가오는 AI 시대에 대비하려는 기업에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발표한 연례 보고서 ‘업무동향지수(Work Trend Index) 2023’에 담긴 내용 중 하나다. 외부 조사 업체 에델만데이터인텔리전스(DxI)가 MS의 의뢰를 받고 올해 2월 1일부터 3월 14일까지 한국 포함 31개국 직장인·자영업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정리해 이번 보고서에 담았다. 전 세계에서 규모가 다양한 기업의 사무직·비사무직, 원격·대면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가 나라마다 1000명씩 조사 대상으로 선별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은 10일 “새로운 세대의 AI는 반복 업무를 줄이고 창의성을 높일 것”이라며 “AI 기반 도구가 디지털 부채를 완화하고 직원의 ‘AI 적성(AI aptitude)’과 역량 강화를 돕는 막대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일에 치여 사는 현대인의 ‘디지털 부채’ 실태

MS는 올해 3월 한 달간 PC와 모바일 기기용 메일·오피스·노트·협업 프로그램을 구독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 365(M365)’ 사용자의 활동 이력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 세계 기업·개인 사용자(교육기관 제외)가 M365 프로그램으로 원격 화상회의 참석, 이메일 작성, 데이터 분석, 문서 검토와 편집 업무를 수행한 흔적을 살펴보니, 현대 직장인 다수가 업무 시간과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평균적인 직장인은 업무 시간 57%를 회의·이메일·채팅에 쓰고 나머지 43%를 워드·스프레드시트·프레젠테이션 작성에 썼다. 사용량 기준 상위 25% 이메일 앱 사용자는 이메일 관련 작업에만 1주일에 8.8시간을 썼고 상위 25% 회의 앱 사용자는 1주일에 7.5시간을 회의하는 데 썼다. 

이메일과 회의 앱은 직장에서 업무 소통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하는 시간보다 이 앱을 쓰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실제 결과물을 내는 것보다 그 과정에 필요한 소통 부담이 크고, 그만큼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많다는 뜻이다. 조직 내 소통은 불가피하지만, 이 때문에 구성원이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MS는 이 현상을 ‘디지털 부채(digital debt)’라고 정의하고, 이로 인해 조직의 혁신 역량이 희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업무동향지수 보고서 관련 설문 조사 응답자들도 이 같은 문제를 짐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68%는 의사소통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근무 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응답자 64%는 업무를 수행할 시간과 에너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62%는 업무 시간에 정보를 검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는 문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경영진에 해당하는 응답자 가운데 60%가 이 영향을 인식하고 있고, 이로 인해 ‘팀에 대한 혁신 또는 획기적 아이디어 부족이 우려된다’고 했다.

◆실무자부터 경영진까지…뜻밖의 ‘AI 낙관론’
 

[그래픽=임이슬 기자]



흔히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설문 조사에 응한 다수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기보다 AI로 자기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응답자 70%가 AI에 최대한 많은 일을 위임해 자기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는 AI로 자기 일이 대체될 것이라고 걱정한 응답자 49%보다 큰 비율이다. 

또 응답자 상당수는 자신에게 필요한 올바른 정보와 답변을 찾아 줄 AI를 원한다(86%)고 했다. 회의와 작업 항목을 요약하는 AI를 원하는 이들(80%)과 일과 계획에 도움이 되는 AI를 찾는 이들(77%)도 적지 않았다. 직무 지식과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분석(79%), 관리(76%), 창의적인 작업(73%)까지 AI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구체화(76%)하고 작업 결과물을 편집(75%)하면서 인간의 창의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응답자도 다수였다. 특히 AI에 익숙하고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무(제품 개발, 크리에이티브·디자인, 마케팅·홍보 관련 직무나 부서)에 종사하는 이들 가운데 87%가 자기 업무의 창의적 측면에 AI를 사용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응답자 가운데 ‘비즈니스 리더(Business Leader)’나 ‘비즈니스 의사 결정권자(Business Decision Maker)’로 분류되는 기업 경영진은 AI를 도입해 직원 수를 줄이는 것보다 이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2배 더 관심을 보였다. 이 ‘생산성 향상’ 다음으로 경영진이 꼽는 AI 도입 기대치는 직원의 ‘필수 반복 업무’ 지원, 직원 복지 향상, 직원의 ‘저부가가치 활동’ 소요시간 제거, 직원 역량 향상, 직원 업무 가속화 등이었다. 사실 경영진이 AI 도입으로 추구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항목이 ‘인원 감축’이었다.

일반 직원과 관리자를 포함하는 전체 응답자에게 ‘2030년까지 업무가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해 보라’고 요청하고 ‘추가적인 노력 없이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중시하겠느냐’고 묻자, 낙관적인 답변들이 나왔다. 응답자 33%는 양질의 작업 결과물을 절반의 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이를 위해 시간(26%)과 에너지(25%)를 쓰는 가장 가치 있는 방법을 이해하고, 필요 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정보를 일절 고려할 필요가 없어질 것(23%)이라고 상상하기도 했다.

MS는 응답자들이 미래의 업무에 대해 시간을 절약하는 변화를 가장 중시한다는 점, AI로 고품질 작업을 더 빠르게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더 빨리 습득하길 원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기대를 실현하려면 △조직 전체의 리더를 모아 사람들이 AI로 변화하는 업무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실험할 수 있도록 돕는 ‘가드레일’을 만들 것 △AI 도입 테스트와 학습을 추진할 분야, 프로세스, 워크플로를 선택하고 변화를 주도할 담당자(evangelist)를 지명해, 규모에 맞는 변화 관리를 의도적·계획적으로 추진할 것 △AI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조직이 당면한 숙제와 도전과제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여기는 분야에 AI를 배치할 것을 당부했다.

◆”노동 시장 재편 시작”…미래엔 AI 적성 갖춰야

초거대 AI 모델 기술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문장과 글을 지어 내는 오픈AI의 ‘챗GPT’ 같은 챗봇 서비스가 작년 11월 등장하면서 문서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대 기업 업무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서 챗GPT 같은 ‘생성(generative) AI’와 그 기반 언어 모델인 ‘GPT’를 주제로 언급하는 게시물이 1년 전보다 33배 많아졌다. 2023년 3월 기준 링크드인에서 GPT를 언급하는 미국 현지 채용 공고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카린 킴브로 링크드인 최고경제학자는 “생성 AI 도입으로 우리는 변화의 다음 단계에 있으며 이미 노동 시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면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러한 변화는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고 새로운 역할을 창출하며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업무 환경에 널리 도입되는 미래에는 AI가 오늘날과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재구성하고 인간과 AI가 협업하는 것이 보편화할 전망이다. 이때 전 세계 직장인에게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 방식과 ‘AI 적성’이 요구된다. AI 적성은 쉽게 말해 사람이 AI를 자신의 ‘유능한 조수’로 삼기 위한 기술 활용 능력을 뜻한다. 업무 부담을 덜고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으려는 조직에서 구성원의 AI 적성은 권장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다.

업무동향지수 보고서의 설문조사에서 경영진 그룹에 속하는 응답자의 82%는 직원들이 AI의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직원이 반드시 △언제 AI를 활용할지 △뛰어난 프롬프트(prompt)를 어떻게 만들지 △창의적인 작업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할지 △AI 편향을 어떻게 확인할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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