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칼럼] 한일 셔틀 외교 복원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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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입력 2023-05-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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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교수]




지난 3월 도쿄에 이어 52일 만에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셔틀 외교가 복원되고 한일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 양국의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양국 내의 비판적인 여론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다시 진흙 속으로 빠질 우려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역사 인식과 관련한 역내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에 더해 “저 자신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많은 분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데다 사죄와 반성이 포함되지 않아 우리 정부가 기대했던 ‘성의 있는 호응’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각의 결정을 거친 담화와는 성격이 다르나 ‘내각총리대신’이라는 내각 수장의 발언은 일반인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고이즈미 총리 측은 참배가 개인적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일본 사법부는 내각총리대신이라는 국가기관에 의한 공식적인 참배라고 인정한 바 있다.

더구나 ‘당시’ ‘혹독한 환경 속’이 일제 강점기를 의미하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으며,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이 총리 발언이 “한국 측의 전향적인 대응도 고려해 일한(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 즉, 한국 정부의 노력에 대한 호응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일 양국 정상이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내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하기로 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70년 4월 민단 히로시마현 본부가 중심이 되어 건립한 위령비는 1999년 7월이 돼서야 공원 안으로 이전되었다. 이해 8월 6일 평화기념공원의 원폭사몰자위령비(原爆死沒者慰靈碑) 앞에서 열린 기념식을 마친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일정을 변경해 한국인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5만 명이 피폭되어 3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폭 피해자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관심을 제대로 보여왔다고 할 수 없다.

1990년 5월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한국 거주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자금 제공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합천 원폭 피해자 복지회관이다. 지금도 80대, 90대 고령의 원폭 피해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복지회관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국 정상의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참배는 원폭 피해자 문제에 관한 국내외의 관심과 주의를 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두 지도자가 핵무기의 참상을 알리고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주도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한국 전문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시찰단 파견을 수용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는 한국 내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고 한국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 한국 시찰단을 보내는 데 동의했다면서 ‘일본 총리로서’ 한일 양국 국민의 건강이나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형태의 방출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한 문제인 만큼 국민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일회성 시찰에 그쳐서도 안 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직후에 열렸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4월 26일 발표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이 민주주의, 경제적 번영, 안보, 기술혁신을 증진하는 데 있어서의 글로벌 리더로서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는 워싱턴선언도 함께 발표되었는데, 핵심은 새로운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고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합의한 것이다.

미국은 2020년 10월에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2030년대까지 처음으로 현대적이고 다양한 핵전력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개의 핵 대국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또한 같은 달 국방부가 공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과 확장억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미일 3자 혹은 한미일에 호주를 포함한 4자 협의체를 만드는 것을 시사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1월의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한 논의에 ‘진전’이 있었음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일 간의 안보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한미 간 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미 간의 확장억제 협의와 2+2를 포함한 미일 간의 확장억제 강화 조처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미일, 한일, 한미일의 긴밀한 연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참여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애써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다음 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 나아가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이유로 이미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의 구체적인 방안과 더불어 한미일 3자 간의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의 필요성을 담은 공동성명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작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둘러싼 “군사적 정세가 장기성을 띠고 악화하고” 있는 상황은 군사력 강화, 특히 “자위력 강화의 정당성과 그 우선적 강화의 불가피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최고인민회의는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면서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보유국과 야합하여” 북한에 대한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이 나라들을 상대로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용원칙을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을 통해 방위력를 발본적으로 강화하고, 이를 위해 방위비를 향후 5년간 GDP 대비 2%까지 늘린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또한, 일본은 상대방을 먼저 공격하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공격받았을 때 자국 방위를 위해 무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버리고 반격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정책을 전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평화’ ‘지속가능하지 않은 평화’를 ‘가짜 평화’로 규정하고 안보 대비태세 확보를 통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왔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4월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워싱턴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비난하면서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하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인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방안과 한미일 3자 간의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 등을 담은 공동성명이 발표되면 북한은 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지금 한일관계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일 정상 간의 신뢰도 중요하고 셔틀 외교도 계속되어야 하지만, 비판적인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일 외교를 기대하고 싶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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