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 (제35회) 가장 확실한 백기사 얻는 전략 …'혼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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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입력 2023-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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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


기업 경영권 및 투자금융 분야에서 M&A 전략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M&A 관계자들이 많다. M&A 전략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경영 전략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통과 관습을 응용하면 M&A 전략 또한 쉽게 접근하여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은 생존을 위한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통해 번영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가 혼인동맹(The Matrimonial Alliance)을 활용하는 M&A 전략이다. 혼인이 DNA가 결합된 2세를 생산하여 강력한 생존권을 구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M&A는 기업결합을 통해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는 물론 경영권 침탈에 대비할 수 있는 백기사(White Knights)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M&A의 M은 합병(Mergers)을 의미하지만 결혼(Marriage 또는 Matrimony)의 약자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M&A 전략과 혼인 동맹 전략의 공통점은 모두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를 창출하는 데 목표가 있다. 혼인 동맹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우수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둘째, 화목한 가정을 만들고, 셋째, 많은 2세를 출산해야 한다는 3가지 기본 전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혼인 동맹을 성공적으로 결성하기 위한 전략과 M&A에서 사용하는 정밀실사의 내용이 매우 유사한 것이다. 나아가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M&A 또한 국제적 혼인 동맹을 결성하는 기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M&A와 혼인 전략을 기본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하게 되면 어차피 우물 안을 벗어나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혼인 동맹은 응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숱한 경쟁자들이 나타나 갈등과 분쟁을 일으켰다. 개인과 개인뿐 아니라 집단과 집단 사이에도 경쟁 구도가 작동한다. 혼인은 음양이 합하여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삼라만상의 질서가 유지되는 기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는 물론이고 중세의 권력은 혼인 동맹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며, 현재에도 혼인 동맹은 사회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흔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권력 쟁탈을 위한 5000년 인류 역사에서 혼인 동맹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전략이다. 문제는 혼인 동맹에 너무 의존하면 근친혼과 부자는 3대를 가지 못한다는 독약(Poison Pills)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인 동맹은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역할도 하고, 거대한 규모의 우군 연합을 형성하기도 하며, 제국의 디딤돌을 만드는 역할도 하지만 제국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혼인 동맹의 역사는 고대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는 혼인 전략을 활용하여 세상을 다스렸다. 제우스는 혼인을 통해 올림포스 12신을 만들었고, 12신들은 적통과 사생아들을 차별하지 않고 등극시켜 각 분야를 통솔하게 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바람을 피우고, 혼인을 정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혼인 동맹은 제우스뿐만 아니라 유대인 역사에서 지혜의 왕으로 칭송되고 있는 솔로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솔로몬 왕은 부인이 6명, 후궁이 700명, 첩이 300명 정도에 이를 정도로 혼인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따라서 솔로몬 왕은 지혜의 왕이기도 하지만 혼인 동맹의 진수이자 M&A 전략을 활용하여 국제사회를 통치한 왕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혼인 동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이스라엘이 붕괴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세시대는 혼인 동맹과 혈연에 의해 권력과 부가 형성되고 세습된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합스부르크 가문의 막시밀리안 1세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결혼 동맹을 통해 전쟁을 피하는 방식으로 가문을 번영시켰고 거대한 왕국을 만들었다. 막시밀리안 1세를 황제로 만든 1등 공신으로 유럽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야코프 푸거(Jakob Fugge)는 직물업계 장인의 딸과 혼인하여 부의 원천을 마련했지만 합스부르크 가문의 결혼에 여러 번 관여한 반면 이후에는 혼인 동맹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해 2세가 없었고,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운동과 은 및 구리 광산 사업에 대한 독점권의 붕괴 그리고 신교와 구교 사이에 벌어진 30년 전쟁으로 인해 부의 제국은 오래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지게 되었다(이는 19세기 록펠러의 석유산업 독점의 붕괴와 매우 유사하다).
문제는 합스부르크 가문도 근친 결혼에 의한 유전적 결함으로 유전병을 가진 후손들이 대거 태어나게 되었고, 주걱턱이 질병 수준으로 진행되어 합스부르크 턱(Habsburg jaw or lip)이라는 별칭이 가문의 심벌이 되었다. 다른 사례로는 르네상스 시대에 최고의 부를 거머쥔 메디치(Medici) 가문은 자본과 권력의 유착으로 유럽 최고 가문으로 성장했지만 혼인 동맹의 핵심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해 몰락한 사례로 꼽힌다. 또 다른 가문은 로스차일드 가문(The Rothschild)이다. 로스차일드는 매우 배타적인 혼인 전략으로 유명하다. 로스차일드는 혼인 동맹보다는 국제적인 정보 네트워크를 비롯해 왕족과 귀족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세계 최고의 금융제국을 만든 가문으로 통한다. 혼인 동맹의 방식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유럽의 명문 가문들은 현재에도 국경을 초월한 화려한 혼맥을 유지하고 있다.
혼인 동맹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많이 활용된 전략이다. 대표적인 가문이 264년 동안 일본 막부시대를 지배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쓰다. 이에야쓰는 정략결혼의 상징으로 통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혼인 동맹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람은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다.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하고 각 지방 호족세력의 지원을 받기 위해 혼인 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29명의 부인을 맞이했다. 황해도 9명, 경상도 6명, 경기도 4명, 강원도와 충청도는 각 3명, 전라도 2명, 지역이 정확하지 않은 지역의 2명 등이며 결혼을 통해 왕자 25명, 공주 9명 등 2세를 많이 낳았으며, 혼인 동맹의 전략을 기본으로 고려를 통치했다. 또한 몽골군의 침략으로 고려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혼인 동맹을 통해 통치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혼인 동맹 전략은 조선시대는 물론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는 주로 재벌(Chaebol)과 정치권력을 비롯한 엘리트 계층에서 혼인 동맹을 통해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취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혼인 동맹이 강력한 위력을 가지는 것은 생명체들의 종족 유지 본능과 생존경쟁에 필요한 결합체의 구축 그리고 회사의 계속기업의 원칙(Principle of Going Concern)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력과 권력 그리고 엘리트 계층이 혼인 동맹으로 결합하면 경쟁력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권력을 창출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정치계와 재벌기업의 역사에서 검증되고 있다.
혼인 동맹은 근대는 물론 현대에도 중요한 M&A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손색이 없다. 현대의 국가권력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영속성을 보장받기 어렵고, 경제권력은 정치권력에 비해 힘은 약하지만 거의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강력한 힘과 부의 영속성을 결합하는 혼인 동맹(M&A)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문의 역사가 짧은 미국의 거대 기업들은 영국의 전통 있는 가문과 혼인 동맹을 통해 유럽의 귀족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활용하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혼인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여겨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서양에서도 "바다에 나갈 때는 한 번 기도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두 번 기도를 해야 하지만, 결혼을 할 때에는 세 번 기도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혼인은 바다에 나가는 것이나 전쟁에 나가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중요하다는 일이다. 또한 낮에는 보이는 권력이 지배하지만 밤이 되면 베갯머리에서 천하가 움직인다는 말도 있다. 혼인은 인생에서도 중요하지만 기업 경영에서는 M&A 전략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고,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가 백기사를 확보하는 것이다. 혼인은 가장 확실하게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는 M&A 전략이다. 요사이 젊은 세대들 중에는 경제적인 궁핍을 이유로 혼인을 기피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좋은 배우자와 혼인을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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