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작년 8% 고속 성장에 가리워진 실업률의 역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형준 통신원
입력 2023-05-03 10: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베트남 호찌민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트남은 2022년 한 해 동안 8.02%라는 높은 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강력한 경제 회복을 보여줬다. 이는 2011~2022년 기간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그럼에도 실업급여 수령자는 크게 늘어났다. 이에 현재 베트남에서는 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베트남 통계총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수산업 분야 경제성장률은 3.3%, 공업 및 건설업은 7.78%, 서비스업은 9.9%를 기록했다. 그러나 베트남 고용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에서 실업급여 수령자는 97만5333명으로 늘어, 2021년 대비 27.6% 증가했다.
 
지난해 전 세계는 크나큰 경제적·사회적 변동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안정을 찾으면서 여러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되나 싶더니 작년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다시 한번 전 세계 정치, 경제, 안보와 평화가 흔들렸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금융, 통화, 석유, 식량, 노동시장 등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이 와중에도 베트남은 거시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10년래 최고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휴업이나 폐업률도 증가했다.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휴업 기업 수는 7만3800개로 전년 대비 34.3%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5.5% 늘어난 약 5만800개 기업이 휴업상태로 폐업을 신청했다. 또한 폐업 기업 수는 1만8600개로 11.2% 증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투입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원자재 수급 차질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여러 베트남 기업들이 규모를 줄이거나 폐업 혹은 생산을 중단했고, 직원을 줄이거나 더 이상 신규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고용 줄이는 기업들 
이러한 상황에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크게 증가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고용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98만3810명이 실업 급여를 신청했다. 이는 전년 대비 22.7% 증가한 수준이다.

그중 97만5333명(신청자 중 99.1%)이 실업급여 조건을 충족해 실제 수령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7.6% 증가한 수치이다. 실업급여 수령자들은 12개월 이상 실업보험 가입자 중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 대상이며, 실업 전 6개월간 평균 급여 6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고용국은 평균 실업급여액이 1달에 1인당 330만동(약 19만원) 이상으로, 이는 2021년 대비 3.5% 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실업 원인을 살펴보면 근로계약 기간 만료 전 계약 파기가 41.3%, 근로계약 기간 만료가 30.1%, 징계나 해고가 1.9%, 기업의 휴업이나 폐업, 파산, 구조조정이 2.7%, 일방적 계약해지가 0.3%, 기타 23.7%이다. 
 
고용국이 제시한 실업 원인 중 근로계약 조기종료가 41.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고용주의 근로계약 해지나 근로자의 일방적인 해지 등이 실업을 유발하는 데 가장 큰 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고용주는 매출 감소, 사업 전략 변경 또는 생산성 문제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고용 계약을 조기에 해지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적 측면의 역풍이 고용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상공부는 관세총국 통계를 인용해 베트남의 2022년 목재 상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8.1% 증가한 160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 대한 목재 및 목재 제품의 수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8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여러 대형 목재 기업들은 가구 산업의 주요 시장인 대 미국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직면하면서 소비 수요가 감소했고, 신규 주문이 급격히 감소해 기업이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목재 산업뿐 아니라 의류, 신발, 전자 제품과 같은 다른 부문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주요 수출 시장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가죽 및 신발 산업의 경우, 호찌민시에 있는 포우엔(PouYuen)사는 작년 11월 말 생산 계획 차질로 인해 빈떤(Binh Tan)지역 공장 2만명의 근로자에게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순환 휴가를 통보했다. 해당 회사는 100% 대만 자본 기업으로 현재 호찌민시에서 가장 많은 직원(5만명 이상)이 근무하는 신발 부자재 생산기업이다.
 
실업 원인 중 두번째로 많은 원인은 근로계약 만료로 그 비율이 30.1%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노동 계약기간에 대한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생산제조 또는 서비스 산업 계절 근로자는 계약기간 이후 재고용 또는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민간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이 더 이상 직원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없거나 고용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사업이 없는 경우가 있다.

결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용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 가장 많은 실업 원인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하노이시 시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침체, 고학력 실업자 
기업의 폐업, 도산, 구조조정 역시 실업 원인 중 2.7%를 차지한다. 이는 특히 베트남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분야에서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부동산업계 침체에 따른 것으로, 대표적으로 2022년 마지막 3개월 동안 여러 부동산 대기업들이 대규모 직원 감축을 진행했다.
 
2022년 4분기 덧 싸인(Dat Xanh) 그룹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직접 근로자 수가 크게 감소했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해당 법인의 임직원 수는 3773명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60명, 작년 9월 말 대비로는 3191명이나 감소한 것이다. 그중 3040명은 해당 기업의 정직원이었다.

자회사인 덧 싸인 부동산도 7000명이 넘던 직원이 3340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2022년 부동산 시장의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해당 회사의 매출과 이익 모두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작년 한 해 동안 회사의 세후 이익은 약 71% 가까이 감소한 4690억 베트남동(VND)을 기록했다. 덧 싸인 부동산의 부이 응옥 득(Bui Ngoc Duc) 사장은 “그동안 그룹이 운영 모델과 조직, 인력을 개편했다”면서 “인력 감축은 2023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주요 업체인 노바랜드(Novaland)는 작년 4분기 기준 근로자 수가 434명 줄어 1404명으로 감소했다. Novaland 대표는 세계 및 국내 경제 상황이 사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불필요한 활동을 줄이고 인적자원을 강화하는 등 과감한 방안을 펼치며 생산과 경영 활동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숙련 근로자와 고학력 실업자 문제도 있다. 
 
호찌민시 노동보훈사회청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호찌민시에서 약 1만4000개의 기업, 기관 및 단체 등이 실업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가입자 수는 약 250만명에 달한다. 2022년에는 15만1721명의 직원이 실업수당을 신청했으며, 그중 14만6285명이 수령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수령자 중 8만2839명이 자격증이 없는 미숙련 근로자로 56.62%를 차지했다. 또한 4만5543명, 31.14%는 학사 이상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31.14%를 차지한다.

반면 숙련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실업률이 낮다. 작년 실업보험 수령자 중 1차 직업 자격증을 가진 근로자는 2869명으로, 전체 수령자 중 1.96%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직업학교를 졸업한 근로자 실업은 6816명(4.66%), 전문대학을 졸업한 근로자 실업은 8218명(5.62%) 정도이다. 반면 대학 졸업 이상의 근로자나 미숙련 근로자들은 실업률이 매우 높으며 불안정한 상태이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직업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은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대졸 이상의 고학력 일반 인력은 공급 과잉인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고용법 개정안의 실업급여 가입대상 확대 건의에 따라 근로계약, 무기근로계약, 1개월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모든 근로자는 실업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또한 급여를 받으며 사회보험 의무 가입 대상인 기업 관리자나 협동조합 관리자도 실업보험 가입 대상이다.
 
베트남 고용국은 이 같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일자리 보장과 양측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업보험 정책은 노동시장 관리를 위한 도구가 될 것이며, 이는 베트남의 일자리 법을 개정하는 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1개의 댓글
0 / 300
  • 매우 유용한 정보입니다.
    쉽게 이해가 되게 잘 쓰셔서 좋아요.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