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총수의 절대권력 ①] 천문학적 회삿돈 훔쳐도 회장님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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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
입력 2023-04-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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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총수 일가, 비자금·횡령·배임 규모 수십~수천억에도 형량 낮고 집유

  • 美, 총수 포함 회계부정 관련자 임직원 93% 해고⋯재취업 기회도 소멸

그룹 총수가 ‘횡령·배임·비자금 조성·탈세’ 등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쳐 유죄판결을 받고 경영 일선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넘쳐나는데도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은 무뎌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총수 공백이 그룹 위기를 유발한다는 일종의 ‘공포마케팅’이 수 십 년간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전과 이력이 있는 총수의 경영복귀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지만, 총수의 전과 자체가 비현실적인 규제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본지는 전과자가 경영 일선에 다시 오른 기업 현황과 이후 오너의 경영 행보, 이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년간 기업 총수를 포함한 350명이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사면을 받은 총수들 가운데 일부는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사진=아주경제]

#수년 전 대출사기에 휘말렸던 금융사 중진 임원 A씨는 구속 수사로 재판을 받은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복귀는 불가능했다. 전과 이력이 남아 동종업계 취업도 어려워진 A씨는 지방으로 내려가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만약 A씨가 총수 일가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은행과 기업을 중심으로 내부 임직원 횡령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큰 파장이 일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총수 일가 구성원의 횡령 등 범죄 또한 꾸준히 발생하며 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일반 임직원의 범죄에는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외부 비판과 이를 염두에 둔 회사의 자구책이 뒤따른다. 하지만 일명 ‘오너리스크’로 작용하는 총수의 범죄에는 사회적 비판 외 장본인이 책임을 지는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례로 총수 2세인 B그룹 C회장은 수년 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B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은 오너리스크를 이유로 수년간 극구 반대표를 던졌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분 과반을 보유 중인 총수 일가와의 싸움에서 패배는 당연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 기간이 채 끝나지도 않은 현재, B회장은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죄를 저질러 두 번의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고도 회장 복귀를 꿈꾸는 총수도 있다. D그룹 E회장은 지난 2004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고, 2007년 경제인 사면 대상자로 선정돼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특별복권을 받았다. 시간이 흐른 2016년, E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이번에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경제인 사면을 받은 E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회장 복귀를 노리고 있다. 
 
이 외에도 그룹 수장이 횡령, 배임, 탈세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도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의 ‘기업범죄와 지배구조’ 연구논단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횡령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임직원 2206명 중 93%가 해고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최고경영진의 경우 해임 후 다른 회사로의 재취업 기회가 사라졌고, 스톡옵션을 행사할 기회도 없었다.
 
국내에선 지난 20년간 총수 일가 그룹 총수를 포함해 총 350명이 경제인 사면을 받았다. 이 중 대다수가 집행유예 기간이거나 수감 중이었다. 경제인 사면에 대해 정부는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원상회복 노력, 형 집행율, 추징금 완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의 사면이 회사 재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장본인의 경영복귀에 면죄부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이미 형량도 낮은데 이마저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며 “즉 범죄를 저질러서 얻는 것은 많은데 지불하는 비용은 굉장히 적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총수 일가는 전과를 저질러도 자신의 커리어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전과를 저지르면 상장 기업 임원이 될 수 없는 해외와는 결이 전혀 다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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