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육아휴직 '부당전보' 정당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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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04-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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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롯데쇼핑 사건은 '부당전보' 인정, 남양유업 사건은 아냐

  • 남녀고용평등법에 '불리한 처우' 안된다고 하지만 모호

지난달 13일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관련 민ㆍ당ㆍ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 장관은 같은달 27일 정책점검회의에서 "근로자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집중적으로 감독하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남양유업에서 광고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가 육아휴직 후 '팀원'으로 발령받았지만 해당 인사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전보가 인사 평가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지 원고가 육아휴직을 신청했기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육아휴직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온 지 두 달 만에 나온 판단이다. 지난해 7월 롯데마트에서 매니저 직급으로 일하던 B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돌아오자 더 낮은 직급으로 발령받았다.

당시 중앙노동위원회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어긴 '부당전직'으로 인정했으나 롯데쇼핑이 이에 반발해 소를 제기하면서 B씨는 5년간의 법적 분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롯데쇼핑의 손을 들어준 1·2심을 뒤집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두 판결 모두 '남녀고용평등법'이 근거가 됐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 제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항에서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 해석에 맡겨진다. 이처럼 해석의 소지가 많은 근거 조항은 기업이 부당한 전보를 해놓고 "경영상 필요에 의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롯데쇼핑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다른 발탁 매니저들은 대부분 육아휴직 후 같은 직급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휴직 전과 같은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남양유업 사건에서 대법원은 인사 평가 결과를 토대로 육아휴직 후 인사전보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남양유업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실제로 육아휴직 사용으로 상담 받는 사례를 살펴보면, 5인 이하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해 '해고 통보'로 이어질 경우 공문을 발송하면 대부분 기업이 꼬리를 내린다. 처벌 선례가 분명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이익인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전보 사례'가 나오면 노동자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노동자 입장에서 사측과 법정 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국회에 '남양유업 피해 방지법'이 발의됐다. 육아휴직 복직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골자다. 정신적·사회적 불이익도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고 구체적인 차별 조치를 하위항목으로 규정한다.

이제 첫발을 내딛었으니 본회의에 통과하기까지는 한참 남았다. 마침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7일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사례까지 면밀히 조사해 구체적인 '불리한 처우' 사례에 근거를 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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