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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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3-03-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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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2009년 상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사내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는 대주주에 의해 지배되어 경영 감시장치로 기능하기 어렵기에 외부인인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 그 제도의 취지다.
 
필자는 그동안 분식회계를 한 회사들의 사외이사 수십여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였다. 그런 소송에서 피고가 된 사외이사들이 주로 내놓는 답변은 ‘지인이 이름만 올려 달라고 해서 했다’, ‘회사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받은 돈이 거의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손해배상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자본시장법과 대법원 판례 법리상 사외이사들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위에 따라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사를 한 후 그에 의하여 허위기재 등이 없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믿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위 답변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즉 사외이사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책임을 면할 수 있는데 그 반대로 답을 한 것이다.
 
책임 면제를 위한 법리는 매우 기초적인 것이고, 해당 소송에서도 계속 언급되었으므로 그 사외이사들 역시 모르지 않았다. 사외이사들을 대리한 변호사들 역시 위 법리를 모를 리 없음에도 그러한 답변이 나온 것은 사외이사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기에 그 외에는 다른 답을 내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외이사들은 보통 해당 회사가 분식회계를 하는 기간 중에 선임되었다. 경영자들은 무늬만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제도를 무력화하고 분식회계라는 불법행위를 계속한 것이다. 이는 사외이사 제도가 얼마나 유명무실하게 되었는지 그 단면을 보여준다.
 
감사는 회계감사, 업무감사를 주된 직무로 하는 주식회사의 중요한 감시기관이다. 상장회사 감사 선임 결의에서는 주주별로 발행주식총수의 3%(‘개별 3%’)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수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최대주주의 경우 그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여 3%(‘합산 3%’) 초과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감사의 역할을 고려하여 그 선임단계에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최대주주의 경우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을 합산하여 3%를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지분 쪼개기를 하여 3%룰을 무력화 시키는 것을 방지하였다.
 
그런데 감사는 위원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하는 감사위원회로 대체할 수 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감사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로 감사를 대체하도록 한 것은 기존의 감사가 독립성 부족으로 경영감시기관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의 선임방법은 오히려 기존의 감사보다 독립성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감사위원은 기본적으로 이사들 중에서 선임된다.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은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은 개별 3%룰이 적용되고,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만 합산 3%룰이 적용된다. 감사위원 전원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면 합산 3%룰이 적용되지 않고 개별 3%룰만 적용된다. 결국 최대주주가 그 지분을 여러 특수관계인들에게 흩어 놓는 경우 최대주주가 지명하는 자로 감사위원 전원을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사위원회가 경영자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게 하려면 감사위원 선임과정에서부터 최대주주에 대한 견제가 작동하도록 하여야 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상법 개정 당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개별 3%룰이 아니라 합산 3%룰을 적용하여 최대주주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재계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지금의 제도가 되었다. 당시 재계의 주된 반대 이유는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 이사회에 침투하여 중요기술을 유출하는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계의 우려와는 달리 제도 도입 이후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 정기주총 시즌에서는 국내 행동주의펀드들의 소수주주 주주제안이 활발하였다. 주주제안 중에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도 여럿이다. 그 대상기업을 보면 남양유업, 태광산업, BYC 등 내부자거래,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이 제기된 소위 문제 기업들이다.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제도의 취지에 맞는 역할이 필요한 기업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지분구조를 보면 주주제안은 모두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BYC의 경우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에 합산 3%룰이 적용되자 감사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정관변경을 하였다. 사외이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최대주주의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지난해 8월에는 사조산업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주주가 지인 2명에게 지분 3%씩 대차거래를 하는 방법을 썼다. 모두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의 선임 결의에 합산 3%룰이 아니라 개별 3%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했던 꼼수다.
 
재계의 반대로 감사위원 선임에 개별 3%룰이 적용되도록 하였지만 현실은 그 우려한 폐해는 드러나지 않고, 도리어 감사위원회 제도를 무력화 시키는 꼼수만 가능하게 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의 제도로는 3%룰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하게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의 견제나 독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제 다시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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