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영희 바른 대표 "여성의 소통·공감 능력 발휘…기초 잘 닦은 대표로 기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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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5-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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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바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조계 여성변호사 수가 극히 적었던 때부터 수많은 분들이 여성변호사의 역할과 중요성을 알리고 또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들이 끊임없이 유리천장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어쏘(소속)변호사로 입사해 대표변호사 자리까지 오른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성변호사 특유의 공감과 소통 능력을 발휘해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바른의 발전을 위한 더 나은 방안을 고민하겠습니다."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1월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법조계의 두꺼운 '유리천장'을 깨고 당당히 대형로펌 경영대표변호사에 선출된 여성 법조인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10대 로펌 중 어쏘변호사로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여성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2000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공채 1기'로 바른에 입사했다. 이후 2011년 파트너 변호사가 됐고 지난해 입사 22년 만에 경영대표에 올랐다. 

의뢰인들의 여성변호사에 대한 편견 및 차별과 싸우면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른 이 대표는 바른 내 여성후배들의 '롤모델'이자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다. 유쾌하고 따뜻한 성품의 이 대표 방에는 격무와 육아를 병행하며 고민을 겪는 여성후배들로 항상 북적인다. 파트너 변호사일 때부터 '소통'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 후배들과 의뢰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그는 대표가 된 뒤에도 여전히 구성원들과 가장 많이 하고자 하는 게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은 로펌을 위한 아이디어는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모일수록 더욱 좋은 쪽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10대로펌 '여성 최초' 어쏘에서 경영대표 올라…편견과 맞서 싸우기도

-당시는 여성변호사가 극히 드문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법조인의 길을 택하고, 또 많은 로펌들 중에서 법무법인 바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강원도 화천이라는 작은 소도시에서 자랐다. 나는 다섯 딸 중 첫째여서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의 기대가 남달랐다. 아버지가 원래 법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여성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그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법조인을 꿈꾸게 됐다. 사법연수원 졸업반 때 진로를 고민했었는데 정장오·박삼봉 교수가 바른을 추천했다. 당시 바른은 설립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공채 1기로 2명의 변호사를 뽑았고 그 중 한명이 나였다. 여성변호사가 소수인 시절에 2명 모두 바른이 여성을 선발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당시 바른에 있었던 정귀호 전 대법관이 '유능하면 성별을 가리지 말자'고 해서 여성 두 명이 뽑혔다고 한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위한 차정일 특별검사팀 수사관으로 참여를 했다. 신입 변호사였던 시절에 어떻게 특검에 참여를 할 수 있었나.

"당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바른으로 수사관으로 참여할 변호사 추천 요청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일도 많고 신입 변호사가 둘뿐이라 특검에 보내는 것을 꺼려했다. 그런데 정귀호 전 대법관이 또 목소리를 냈다. 당시 바른의 선배들은 모두 전관이었는데 '우리는 전관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일하는 데 이것만으로도 큰 경력이 되겠지만 후배들은 아니다. 특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경력을 만들어주자'고 했다. 당시 동기가 임신 중이라 자연스럽게 내가 특검에 합류할 수 있었다. 105일간 특검에 있어보니 다들 직업적 소명의식이 강한 분들이라는 것을 느꼈고, 사건을 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여성변호사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의뢰인으로부터 '여성변호사에게 내 사건을 맡겨도 괜찮은 거냐'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이 받았다. 의뢰인들이 여성변호사는 빼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순간을 겪을 때마다 여성변호사만의 장점인 '공감 능력'을 발휘해 의뢰인의 신뢰를 얻으려고 했다. 6시간 동안 의뢰인의 고민을 공감하며 들어준 적이 있다. 아마 그 의뢰인에게는 내가 가장 잘 들어주는 변호사였을 것이다. 공감 능력으로 의뢰인에게 신뢰를 얻고 그 의뢰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믿을 만한 변호사라고 소개할 수 있도록 하면서 편견을 극복해나갔던 것 같다."
 
'소통 경영' 최우선 과제로…고문-파트너 협업 이끌고 익명게시판 개설도 추진

-10대로펌 가운데 어쏘 변호사로 시작해 최고경영자가 된 최초의 여성변호사라는 주변의 기대를 받으며 대표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내가 만나본 적 없는 모르는 사람들도 전화를 해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 '앞으로 10대로펌에서 또 여성 경영대표가 나올지는 이 대표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구성원 변호사로 있다가 경영업무를 해보니 사고가 많이 바뀌더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예전에는 24시간 사건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손해를 최소화 해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효율적인 매출 구조를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대표변호사가 된 지 약 1년 반 정도 지났다. 경영대표로서 어떤 역할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처음 1년은 전체 조직 구성과 운영을 익히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것부터 습득이 돼야 어떤 시도를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꿀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열심히 운영 구조와 시스템을 파악하고 올해부터는 이 중 바꿔야 하는 부분을 어떻게 바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 고문들과 파트너 변호사 간의 협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정 영역에서 고문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오랜 기간 쌓아온 업무 노하우를 어느 팀의 어떤 변호사와 협업을 하면 가장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보통 고문들은 로펌 내부보다는 외부에 많이 있는데 올해부터 고문들과의 점심식사 자리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이분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문들이 농담으로 '왜 자꾸 고문하냐'고 하더라(웃음)."

-대표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그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소통이다. 대표가 돼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게 소통이다. 고문, 변호사, 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업무를 하면서 불편한 점,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그 업무를 오래 해왔던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있고 더 좋은 방안을 낼 수 있다. 경영진은 절대 알 수가 없는 부분들이다. 그래서 최근 내부 익명게시판을 만들려고 추진하고 있다. 다만 비판만 난무하는 익명게시판이 되지 않도록, 어떤 일에 대해 비판을 했다면 그에 대한 대안책을 반드시 함께 제시하도록 할 생각이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비판만 있는 글은 삭제하겠다고 미리 구성원들에게도 안내를 했다. 익명으로 누구든 불편 사항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이 아이디어들이 긍정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이영희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바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보수적' 이미지 바른, 변신 과도기…"기초 잘 닦은 경영대표로 기억되길"

-경영대표로 1년 반 동안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보람 있었던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

"그 전에 누구도 안 했던 일을 하나 했다. 3개월마다 팀별로 파트너 1인당 매출, 어쏘변호사 1인당 매출, 팀별 총 타임 등을 계산기를 직접 두드려 계산해 가용인원을 파악했다. 그리고 3개월마다 있는 파트너 회의 때 결과값을 각 팀별 그룹장에게 공유했다. 이걸 하면 각 팀 운영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다. 만약 어떤 팀은 사건 수나 총 타임이 많지 않지만 파트너 1인당 매출이 높다면 큰 건들을 많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사건 수는 많은데 매출이 적다면 저가 수임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결과값을 통해서 경영을 할 때 전체 그림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3개월마다 계산기를 직접 두드리며 계산을 하고 있는 게 힘들긴 하다. '내가 이걸 왜 했지' 후회하면서 하고 있다(웃음). 또 바른은 오너펌이 아니라 3년마다 경영진이 바뀌는데, 내가 작년에 우왕좌왕 하면서 업무를 익혀보니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세세한 기록을 다 남겨 놔야 다음에 경영진을 맡는 분들이 3년치 기록을 보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때그때 평가만 하고 기록을 남겨 놓지 않은 상태라 과거 기록들을 정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힘들면서도, 또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남은 경영대표 임기 동안 어떤 일들을 할 예정인가. 어떤 경영대표로 구성원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는가.

"지금 내가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들을 내년까지 좀 더 안정화시키고 싶다. 고문들과 파트너 변호사들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었으니 이 환경도 잘 정착돼서 내 임기가 끝나더라도 쭉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한다. 또 바른이 전관로펌, 보수적인 로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런 느낌에서 젊고 활기찬, 역동적인 이미지로 바뀌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팀별 스터디도 활발하게 하고 젊은 변호사들 위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지금이 이미지를 바꾸는 과도기인 것 같다. 과도기인 만큼 여러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남은 임기 동안 이 시도들이 잘 정착됐으면 한다. 그래서 경영대표 임기가 모두 끝나면 '바른이 계속 발전하는데 그때 이영희 대표가 기초를 잘 닦아줬다'하는 정도로 구성원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희 바른 대표변호사

△이화여대 법과대학 학사(1994년)
△제39회 사법시험 합격(1997년)
△제29기 사법연수원 수료(2000년)
△법무법인 바른 입사(2000년)
△'이용호 게이트' 차정일 특별검사팀 특별검사 수사관(2001~2002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위원(2008~2009년)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2011~2012년)
△(현)법제처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
△(현)서울고검 보통징계위원회 위원
△(현)중앙행정심판위원회 비상임 위원
△(현)주식회사 대우건설 사외이사
△(현)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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