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함부르크 수변 음악당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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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선임기자
입력 2023-03-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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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누구나 찾는 복합 공용공간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문화예술시설 '엘프필하모니'를 찾아 크리스토프 리벤-조이터 엘프필하모니 사장(오른쪽)에게 공연장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두일기자]


서울 여의도공원에 한강과 어우러지는 대규모 음악당이 건립된다. 음악당은 특히 기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과 달리 누구나 언제든지 맘껏 이용할 수 있는 시민 공용공간으로 지어진다.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현지시간) 이를 위해 독일 함부르크 문화예술시설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를 찾아 벤치마킹했다. 함부르크는 인구 180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콘서트와 뮤지컬 등 다목적 공연장 건립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오 시장은 엘프필하모니 내 개방 공간을 언급하며 "제2세종문화회관도 (엘프필하모니처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반드시 확보해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찾은 엘프필하모니는 도심 경관을 바꾼 수변 개발 사례로 꼽힌다. 1966년 지어진 카카오 보관 창고를 리모델링해 2017년 개관한 이후 한 해 360만명이 찾는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기존 붉은 벽돌 건물 위에 새로 만든 대형 유리 외관이 파도처럼 솟아 있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총 26층 규모에 콘서트홀 2개와 호텔, 스파, 식당, 아파트 등을 갖췄다.

엘프필하모니의 백미는 기존 건물과 새로 만든 공연장 사이 8층에 있는 무료 전망 공간 '더 플라자(The Plaza)'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 공연 시즌 엘프필하모니 방문객 360만명 중 270만명이 더 플라자 방문객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오 시장이 방문한 이날도 엘프필하모니 입구 앞은 오전부터 더 플라자를 가려는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37m 높이인 더 플라자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실내를 구분하고, 야외에는 난간이 있어 실내외에서 모두 360도로 전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콘서트홀을 가지 않더라도 방문 시간만 예약하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번에 더 플라자까지 올라가 함부르크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더 플라자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는 곡선 형태 베이지색 천장과 내부 벽으로 둘러싸여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 중 가장 규모가 큰 그랜드홀은 2100석이 무대를 감싸는 형태다. 창고 위에 짓다 보니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 선택한 구조다. 대신 층고를 높여 답답하지 않다. 벽면은 오목하게 파인 조개 무늬의 석고 재질 내장재로 뒤덮였다.

크리스토프 리벤-조이터 엘프필하모니 사장은 "일본 음향사와 협업해 만든 '화이트 스킨' 벽인데 음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원래 클래식을 위한 공연장이지만 재즈나 팝 공연도 한다. 모든 아티스트가 서보고 싶어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550석 규모인 리사이트홀은 곡선으로 된 나무 재질이다. 공연뿐 아니라 각종 행사에도 쓰인다. 2017년 함부르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만찬장이기도 했다.

엘프필하모니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1년에 50여 개 열린다. 공연 대부분은 매진이고 인기 공연 티켓은 암시장에서 20∼30배 넘게 팔린다고 엘프필하모니 측은 설명했다.

엘프필하모니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건설 기간이 애초 계획했던 3년에서 10년으로 7년 더 길어지면서 총 1조2000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됐다. 함부르크시와 건축 회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1년 반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리벤-조이터 사장은 "원래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면서 큰 스캔들을 겪었지만 개관했을 때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며 "수변과 시내 가운데 생긴 고품질 건축물이라 더욱 특별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찰을 마친 뒤 "잘 지어 놓은 문화시설 하나가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서울시가 만들었던 공연장은 유료 관객만 즐길 수 있는데 여기 와 보니 시설 한가운데 공용 공간을 만들어 누구나 올라와 경관을 즐기고 문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 점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하거나 제2세종문화회관을 만들 때 공용 공간을 확보해 시민 누구나 공연을 보지 않아도 무료로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여의도공원 내 한강과 이어지는 지점에 건립된다. 혁신 디자인을 적용해 수변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제2세종문화회관에는 2000석 규모 대공연장, 400석을 갖춘 소공연장, 음식점, 문화교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시는 상반기 중 사전 디자인을 공모한 후 시민 의견 청취를 거쳐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하반기 투자심사 등 사전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5년 착공 목표다.

애초 제2세종문화회관은 박원순 전 시장 당시 문래동 구유지에 건립하기로 했으나 작년 지방선거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새로 부임한 후 시와 구가 협의해 더 넓은 시유지인 여의도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대신 문래동 구유지에는 구립 문화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시는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으로 대규모 공연장이 없던 서남권 지역 공연 인프라가 확충되고 여의도의 도심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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