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3·8 푸뉘제'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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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3-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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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여성의날' 기념…中 대륙女 현주소

  • '유리천장' 뚫는 여성 CEO·임원 늘었지만···

  • '일 vs 가정' 줄타기···불안한 현실

  • 女인권법 개정, 기업문화 개선 노력도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참석한 여성 대표들. [자료=아주경제DB]



“Happy women’s day(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

최근 중국 지방출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친구가 지난 8일 보낸 웨이신(위챗) 메시지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한국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3·8 푸뉘제(婦女節)'라 부르며, 노동절·청년절·아동절과 마찬가지로 주요 경축의 날로 친다. 

징둥, 알리바바와 같은 인터넷쇼핑몰에서도 이를 '여신(女神)의 날'이라고 띄우며 여성들이 즐겨 구매하는 패션 의류·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을 대폭 할인 판매한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여성의 날을 앞둔 6일 양회에 참석한 여성 대표·위원을 비롯해 전국 각계각층 여성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중국몽(중국꿈)은 중화민족의 꿈이자 중국 전체 여성의 꿈”이라고 말했다. 
 
'유리천장' 뚫는 여성 CEO·임원 늘었지만···
중국 혁명 지도자 마오쩌둥도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떠받친다(女人半邊天)’고 말했을 정도로 중국은 공산주의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남녀평등을 외치며 여성 권리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중국 직장에서 여성의 영향력도 차츰 커지며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상장기업 내 여성 최고경영자(CEO) 비율이 2021년 말 기준 241명으로,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임원 수도 3배 가까이 늘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가 발표한 통계 수치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 본토에 소재한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14.8%를 차지했다. 서구 국가의 25~46%보다는 훨씬 낮지만, 2020년 13%, 2021년 13.8%에서 차츰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중국 본토 상장회사 중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회사 수도 2020년 27.4%에서 지난해 10월 25%로 소폭 낮아졌다. 

이는 중국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FT에 따르면 2011~2020년까지 10년간 중국 대학에서 여대생 수는 약 50% 증가했다. 특히 여성 석사생 수는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중국 출산율과 혼인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점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함을 뒷받침한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신생아 수는 10년 전 1640만명에서 지난해 960만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도 같은 기간 5분의2로 줄었다.

아이를 늦게 낳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여성 커리어 향상에 한몫했다. 예를 들면 '애처가' 남편으로 유명한 상하이의 경우, 2022년 여성의 첫 아이 출산 연령은 약 31세로 2015년 29세에서 높아졌다. 결혼과 육아보다 경제적 독립과 직업적 성공을 중요시하는 도시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 vs 가정' 줄타기···불안한 현실
그럼에도 대다수 중국 여성들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리천장'을 뚫는 여성 CEO나 임원 수가 늘고는 있지만, 동시에 경력 단절 여성도 늘고 있는 게 대륙의 현실이다.

FT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10년간 중국의 여성 노동 참여율은 63.8%에서 61.6%로 사상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처럼 상반된 통계 수치는 결국 중국에서 직업적 성공이냐 가정의 의무냐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여성 전문직 근로자들의 불안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FT는 진단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가 결국엔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빈번하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한 데다가, 특히 중국은 육아 보육시설 인프라가 부족하고 직장 내 출산 육아 휴직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여성들이 직장 내 불리한 위치에 놓인 탓에 남녀 임금 격차도 늘고 있다. 중국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 보스즈핀(BOSS直聘)에 따르면 2018~2021년 4년간 도시 남성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여성 근로자보다 약 28% 높았다.
 
女인권법 개정, 기업문화 개선 노력도
직장 사회에서 여성 권익 보호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인식한 중국 정부도 지난 1년에 걸친 논의 끝에 여성인권보장법을 개정해 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1992년 첫 시행된 이 법은 2005년, 2018년에 이어 세 차례 개정됐다. 사회 각계 의견수렴 기간에 약 70만개 이상 의견이 올라왔을 정도로 법 개정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개정법은 직장과 사회에서 여성 권익을 보호하고 직장 내 성차별, 출산, 성희롱 등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결혼, 임신, 육아 등을 이유로 승진을 보류하거나 임금을 삭감할 수 없도록 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여성 구직자가 결혼이나 자녀 등 차별적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위반할 경우 1만~5만 위안(약 1000만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중국 기업들도 여성들의 경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늑대 문화’로 불리는 군대식 경영으로 잘 알려진 화웨이도 그중 하나다.

지난 8일, 중국 하이테크 기업 화웨이가 ‘여성의 날’을 맞이해 개최한 ‘우먼 인 테크(Women In Tech, 기술 분야의 여성)’ 워크숍에 다녀왔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IT 통신업계 여성 근로자들이 어떻게 하면 디지털 근무 환경 속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화웨이 여성 직원뿐만 아니라 글로벌 매체, 여성 관련 NGO(비정부기구), 대학생 등이 참여했다. 

화웨이는 이처럼 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우먼 인 테크’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올해로 3년째 운영 중이다. 20년 이상 정보통신(ICT) 산업에 종사해 온 회사 내 여성 롤모델을 초청해 직장 생활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차세대 여성 리더를 키우는 것이다. 
 

3월 8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우먼 인 테크(Women In Tech, 기술 분야의 여성)’ 워크숍 현장. [사진=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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