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푹 주석 사임, 베트남 정국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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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3-01-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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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석 사임 이후 팜민찐 총리 사퇴 설까지 제기

  • 신임주석 5월 선출 유력...공안부 수장 등 물망에 올라

  • 중앙당, 이미지 쇄신 위해 당분간 내부봉합 들어갈 듯

  • 한국, 일본 등 주요투자국 향후 정치불안 가능성에 '촉각'

“혼란의 시작인가 끝인가.”

임기가 3년 이상 남았던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사임을 두고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해석과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푹 주석의 사임이 코로나19 관련 스캔들 수사의 정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을 기점으로 공안당국의 사정이 한층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광범위한 수사가 계속되고 진행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인사들의 줄 사퇴가 이어지면서 혼돈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7일, 베트남에 국가주석이 돌연 사임하면서 '격랑' 정국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현직 국가주석의 중도 사퇴는 베트남에선 197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사퇴 표명 시기 또한 설 연휴 바로 직전에 이뤄지면서 그만큼 이례적이고 긴박했다는 평가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비교적 차분한 자진 사임 등의 표현을 통해 일반적인 보도를 했지만, 외신들은 대부분 긴급소식으로 본국에 사실을 타전하며 전 세계로 이 소식을 알렸다. 

이번 푹 주석의 사임은 휘하의 각료들을 포함한 측근들의 비리가 그 발단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지어 푹 주석의 아내와 친인척들까지 구금이 되면서 더 이상 푹 주석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푹 주석의 측근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일명 ‘비엣아(Viet A) 의료그룹’ 가짜 진단키트 사건에는 약 22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이 있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그만큼 베트남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체 베트남 당원들의 공분도 컸기 때문에 갈등의 봉합을 위해서 주석의 빠른 사퇴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국가주석 퇴임 전 한자리에 모였던 베트남 핵심 지도자들. 왼쪽부터 팜민찐 총리, 브엉딘후에 국회의장, 응우옌푸쫑 서기장,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 보반트엉 중앙당 상임비서.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새로운 국가주석의 선출은 당 대회가 예정된 5월 전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현지 매체와 소식통 등을 종합하면 새 주석에는 또럼 공안부 장관(정치국 서열 8위), 브엉딘후에 국회의장(정치국 서열 4위), 보반트엉 중앙당 상임비서(정치국 서열 5위) 등이 유력한 인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또럼은 공안부 장관으로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고 사정 드라이브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이제 앞으로의 향배다. 베트남 설(Tet) 연휴가 지나고 또 다른 초점은 팜민찐 총리에게 맞춰지고 있다. 2월부터 본격적인 정부의 정상 업무가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찐 총리 또한 실각설이 나돌고 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찐 총리 역시 지난해 베트남을 뒤흔들었던 한 여성 사업가의 입찰 담합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가 주석과 2명의 부총리가 이미 사임한 마당에 행정부의 최고 수장인 총리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주석과 총리가 동시에 사임하게 될 경우 베트남 정국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트남 통일 이후 구조화된 베트남 4대 권력의 기둥이자 권력서열 2위인 국가주석과 3위인 총리가 동시에 공석인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총리마저 사임을 하게 되면 권력 정점에 있는 응우옌푸쫑 서기장이 아직 건재한다고 해도 혼란이 커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중앙당이 우선적으로 반대 세력을 규합하고 사전에 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 당분간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 유력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푹 주석 사임 안에는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180여명 중 30% 이상이 반대했고 국회의원 무기명투표에서는 480명의 대표 중 109명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안에 투표의 찬반률은 관영언론을 통해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통상 베트남은 안건에 대해 찬성률을 소수점 숫자까지 정확히 보도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그만큼 아직 내부적 봉합이 아직도 안됐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하노이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결국 문제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국가주석이나 총리를 대체할 사람은 대의원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왜냐하면 문제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정치 집단이기 때문이다. 정치 가치가 보수든 중도든 개혁이든 간에 다수파가 이미 핵심(정치국원)을 차지했다면 베트남 정치메커니즘상 다수파가 소수파를 설득하고 소수파는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스캔들로 베트남의 정치가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불과 2년 전 제13차 전당대회의 깃발을 필두로 새롭게 진용을 갖췄던 이번 지도부는 연이은 퇴임에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난 수년간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한 쫑 서기장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한국 의장을 만나는 등 재차 보폭을 넓히고 있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한국, 일본 등 핵심 투자국도 이번 사안이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으로 다소 정치 불안정성이 증가하겠지만 대체적으로 외국투자 기업의 입장에선 크게 변화하는 점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베트남은 국제 사회와 외국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정치적 불안정한 시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 경제전문가의 언급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정치인들이 이번 교훈에 따라 비즈니스 거래, 면허 및 허가와 같은 정부 승인에 대해 더욱 신중한 분위기가 뒤따를 것이라며 행정 분야의 움직임이 더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휴 이후 최소 몇 달 동안은 반부패 조사의 잠재적 파장을 감안할 때 투자기업들은 위험 대비 계획이 돼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노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기업인은 “인선과 내부갈등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정치는 그들(정치국원)만의 리그에서 이뤄진다”며 “더 큰 문제는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지난 4분기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올해도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중앙당 또한 국내요인에서 벗어나 대외 변수를 적극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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