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멈추기는 이른 수소차···정책이 나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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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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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도로나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자주 보게 된다. 설 명절에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하늘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이 충전소 앞에 줄지어 대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와 완성차업계의 적극적인 투자 덕에 전기차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는 39만대로 전년 대비 68.4% 증가했다. 전국에 깔린 전기차 충전소는 2018년 2만7352기에서 지난해 20만5205기로 8배 가까이 늘었다. 1회 완충 시 100km대에 그쳤던 차량의 주행거리는 400km가 넘을 만큼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이와 달리 수소차는 점점 설 곳을 잃고 있다. 한때 수소차는 전기차와 함께 정부 탄소중립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부와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투자 강화 기조 앞에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수소차 보급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수소차의 누적 판매량은 2만9000대로 당초 보급 목표인 6만700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소차의 더딘 보급은 제 속도가 나지 않는 수소차 충전소 구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수소충전소는 총 229기로 목표치(310기)보다 적었다. 그나마 있는 충전소의 사업자들은 수소차 보급 부족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든 추출수소의 가격경쟁력도 낮고 기술 개발도 정체돼 있다.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자 현대자동차도 승용 수소차인 넥쏘의 후속모델 개발에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부품사들도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일부 내연기관차 부품사들은 정부의 강력한 수소경제 드라이브에 연료전지와 연관리시스템 등 수소차 부품 생산 전환을 일찌감치 마친 상태다. 중소 부품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의 수소 로드맵에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쏟았지만 더딘 수소차 산업의 성장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생산설비는 완전히 달라 이제 와서 전기차 부품 생산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소차 로드맵의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 정책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워 시장에 혼란을 가져온 만큼 각종 충전시설 규제 완화와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런 점들이 앞서 이뤄져야 제조사의 새로운 신차 모델 개발도 유도할 수 있다. 탄소중립과 미래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닦아놓은 기술력 등을 도태시킬 필요는 없다. 

물론 판매량을 따지면 수소차보다는 전기차가 아직 대세다. 지난해 전기차는 국내에서 15만8000대 판매된 반면 수소차는 1만대 판매에 그쳤다. 하지만 수소차는 배터리 무게, 충전 등의 한계로 대형화·장거리화가 어려운 전기차를 보완할 수 있어 향후 전기차와 상호 보완적 관계로 공존해야 할 핵심 차종임이 분명하다. 

최근 주요 국가들의 수소차 개발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한 이후 인프라 확충,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은 단기간에 중국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만든 만큼 수소차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2028년까지 유럽 주요 간선도로 100km마다 수소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다가올 수소차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국내 기업들의 원천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인프라, 보조금 확대 등이 담긴 수소차 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권가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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