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사들 '한반도 전쟁' 거론…"일어난 줄도 모르고 못 빠져나간 채 끝날 것"

영국 FT 서울지국장 "생존 가능성 0보다 약간 높아"

"계속된 긴장 속 '위기' 판단 시점 의문"

한국 안전불감증도 지적해

6·25전쟁 당시 미국 B-29의 북한 폭격 장면 [사진=연합뉴스]

외국 인사들 사이에서 한반도 전쟁이 거론되며, 전쟁 발발 시 "일어난 줄도 모른 채 끝날 것"이라는 두려움도 표출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서울지국장 크리스찬 데이비스는 "(전쟁 상황 시) 내가 실제로 생존할 가능성은 0보다 약간 높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발언했다.

지난 16일 그는 '한반도 전쟁 준비의 교훈'이라는 칼럼에서 "작년 말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포함한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정부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칼럼에서 데이비스 지국장은 서방 외교관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전쟁의 무서움을 묘사했다.

그는 "(최근) 서방 외교관과 점심을 먹다가 가능한 한 무관심한 척하면서 한반도 전쟁 시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물어봤다"며 "(질문을 들은 외교관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에게 답변한 외교관은 "적(남과 북)들의 화력이 매우 크고, 이에 비해 그들 간 거리는 너무 좁아서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모두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데이비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획득한 김정은은 이제 차세대 전술·전장 핵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은 이 핵무기가 고수익 무기보다 사용 문턱이 낮은 것으로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계기로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이나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계획을 작성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딜레마가 극심하다"며 "한반도에서 (남북 간) 긴장은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느 시점에서 '위기'라고 판단할 것인가? 위기의 어느 단계에서 전쟁을 준비하려 진지하게 시작할까"라고 자문했다.

이어 "만약 전쟁이 임박했다면 당신은 어느 시점에서 탈출하기로 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스는 한국의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외국인 직원들은 본국 회사로부터 물과 썩지 않는 음식, 현금, 횃불, 위성 전화 등 물품들로 가득 찬 배낭을 준비하도록 권고받는데, 서울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짐을 싸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한 한국의 많은 외국 기업이 전쟁 시 직원들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기 위한 대피 계획을 개발했지만, 서울을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좋은 일은 지하철역이나 지하 주차장 혹은 도시 곳곳에 있는 비상 대피소 중 하나에 숨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