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논란] 與野 갑론을박…."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 vs "신중하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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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3-01-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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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면 행정 개편부터 이뤄져야"

  • 野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새해 벽두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하지만 여야 대표가 잇달아 비례대표제를 먼저 손볼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의견이 당내 의원들 간에도 엇갈리자 비례대표제 개혁을 먼저 띄운 것으로 보인다.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두 명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등 이하도 당선될 수 있다.

여야는 큰 틀에서는 거대양당 체제의 기반이 된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할 경우 현재와 같은 독과점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는 특성상 ‘정치적 텃밭’에서는 불리하고 '험지'에서는 유리하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석패하는 경우가 잦은 영남 지역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민주당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환영하지만, 이 지역 여당 의원들은 내심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 신승한 지역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도 찬성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與野 중대선거구제 계산 갈리자… "비례대표제 먼저 손봐야"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은 2인에서 5인까지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하면서 공천권을 갖기 위한 당내 파벌정치가 심화했고 소선거구제로 돌아왔다"며 "선거구를 광역화해 복수의 국회의원을 뽑겠다면 행정구역 개편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고, 도를 없애고 몇 개의 광역시로 묶는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면 행정 개편부터 이뤄져야 하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 위원장은 2020년 총선에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언급하며 "정의당은 원내 교섭단체가 되겠다는 큰 꿈을 꿨지만 (이 때문에) 정당 존립이 흔들리는 궁지에 몰렸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조건 없이 원상태로 돌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저는 다당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왔는데,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선 윤 대통령이 여당 열세 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 의석수를 더 확보하고자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했다는 의구심이 있지만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중대선거구제는 사실상 거대 정당들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같은 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중대선거구제에 토를 다는 분은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은 것”이라고 했다.
 
중대선거구제, 민심 왜곡·후보자 자질 등 단점도 많아
여야가 윤 대통령이 새해 던진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중대선거구제가 단순히 장점만 있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로는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최다득표자가 아닌 후보자도 당선이 될 수 있으므로 낮은 득표율의 당선자도 높은 득표율의 당선자와 같은 신분을 유지한다.

일례로 지난해 치러진 제8회 동시지방선거를 보면 서울 성북구갑 나 선거구의 경우 5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지역구에서 9명의 후보자가 출마했다. 이 중 가장 높은 득표를 얻은 후보는 27.77%의 지지를 받았지만, 7.91%를 득표한 후보가 함께 당선되기도 했다.

후보의 자질 하락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다. 선거구가 너무 넓어지고 후보가 많아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출마할 수 있다. 또한 투표권자가 후보를 검증하는 것 역시 전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또한 후보자가 써야 하는 선거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선거구가 넓어지면 그만큼 선거비용도 많아진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경기 부천 원미구 갑 선거구는 선거비용제한액이 1억4300만원이었다. 하지만 선거구가 넓은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은 3억1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마지막으로 '파벌 정치'를 보다 강화할 것이란 걱정도 제기된다. 지난 지방선거 충남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선거구의 논산시가 선거구는 5명의 당선자를 뽑는데 10명이 후보로 나섰다. 이 중 9명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였고 1명이 정의당 후보였다. 소수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전원 거대정당의 후보가 당선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정당의 ‘가’번 순위를 받으면 당선이 거의 확실해진다.
 
野, 정치혁신위 출범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 본격 논의
한편 민주당은 정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윤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개편' 등을 포함한 정치·정당 혁신 의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정치혁신위 출범은 새해 벽두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불이 붙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있는데, 결국 정치가 국민 개개인의 주권 의지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의 의사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느냐 질문한다면 긍정보다 부정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며 “국민의 뜻이 제대로 존중되고 국가 권력이 국민의 더 나은 삶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작동하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게 우리 민주당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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