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면 손해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현실에 맞게 손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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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3-01-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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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증금제 시행 '보이콧' 매장도 40%에 달해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시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최근 매출이 한 달 사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매장에 도입한 것이 주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일회용컵 사용 시 3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안내를 한 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A씨는 “매장 손님 대부분이 테이크아웃 손님인데 일회용컵을 이용하려면 돈을 더 내라고 하니 이후 매장을 찾지 않는다”면서 “어디 카페는 제도를 시행하고, 어디는 안 하니 손님들도 해당 제도에 대해 이해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제주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B씨는 최근 늘어난 카페 운영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제 도입을 위해 구매한 재활용 라벨 스티커 탓이다. B씨는 “환경 보호를 위해 정부가 강제로 시행한 제도임에도 관련해 드는 비용 부담은 왜 영세한 점주들만 짊어져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과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시범사업’을 놓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회용컵 절감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지역만 시행해 형평성에 어긋나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일방적으로 점주에게만 부담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으로 주문하면 음료 값과 함께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게 하고,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당초 지난 6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12월로 연기됐고, 지역도 제주와 세종으로 한정됐다. 100곳 이상 점포를 가진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이 적용 대상으로, 개인 카페 등은 제외됐다.

하지만 시행 한 달째인 지금도 여전히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활용 라벨 스티커 구매와 컵 회수 업체 처리 지원 등으로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그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 매장 467곳 중 40%에 달하는 187곳은 여전히 제도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매장 10곳 중 4곳이 '보이콧'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시행 매장 중 118곳은 이미 다회용컵을 도입한 상태다. 
 
이금순 카페사장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라벨 스티커를 주문하면 최소 3주가 소요돼 그동안 관련 금액이 묶이게 되는데, 영세 가맹점주들에게는 그 비용이 너무 크게 다가온다”며 “본사에서 라벨을 구입해 공급을 해주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라벨지는 환경부 방침에 따라 컵 보증금제 전담 관리기구인 자원 순환보증금 관리센터(COSMO)에 선입금하면 약 3주 후에 매장으로 배송되는 구조다. 라벨 스티커 값은 개당 6.99원이고, 컵이 표준 용기면 4원, 비표준 용기는 10원의 처리지원금이 추가로 든다. 음료 한 잔을 팔 때 약 11~17원이 더 드는 것이다.

 

[사진=아주경제DB]

재활용 컵 보관 및 처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회용컵을 이용한 손님들이 컵을 씻은 뒤 반납하는 게 권장사항이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 손님이 매장에 몰리는 시간대는 회수 처리를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환경부와 4개월 동안 논의하고 회의하며 사각지대 없는 전국시행이라는 대전제에 맞춰왔지만, 결국엔 전국의 두 곳이라는 부분시행으로 후퇴하게 됐다”며 “이제라도 환경부에서 실태조사를 꼼꼼히 해 사각지대 없는 시행을 목표로 해당 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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