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의 좌고우면] 軍미필 정부의 "돌격 北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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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12-3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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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정치부 기자]


냉전 시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닌 근육질의 영웅이 모든 적을 쉽게 쉽게 쓰러뜨린다. 적들이 쉴 새 없이 쏘아대는 각종 포탄은 주인공의 몸만 귀신같이 스쳐 가고, 주인공이 대충 쏘는 총알은 적들의 심장을 관통한다. 영화에서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
 
현실은 다소 다르다. 20여 년 전 육군 훈련병 시절 일이지만, 긴장감에 부들거리는 손으로 처음 던져본 수류탄의 굉음과 어깨로 느껴지는 카빈 소총의 묵직한 반동, 그리고 비릿한 탄약 냄새는 아직도 뇌리에 총천연색으로 기록돼 있다.

그래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전쟁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 수상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철면피한 악보다도 오히려 평화를 위한 위선을 좋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29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발언한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우월한 전쟁 준비'를 동네방네 소문낼 필요성이 있을까. 현 정부가 '전쟁의 무게'를 다소 가볍게 여기는 것 아닌지도 우려스럽다.
 
어쩌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인사 상당수가 통상적인 병역을 마치지 않은 것에 다소 영향을 받은 것일지 모르겠다. 관보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시력 차이가 많이 나는 상태인 '부동시'로,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고도 근시'로 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김성한 안보실장은 육군 소위로 전역했지만 '석사 장교' 제도를 이용했다. 6개월간 군사 훈련을 받으면 소위 계급으로 임관과 동시에 전역을 시켜주는 제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 입대를 앞둔 1982년 생겼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 전역할 때인 1991년 폐지됐다.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육군 소장으로 전역했는데, 안보실 2차장은 관례적으로 군 출신들이 맡는 자리다. 이밖에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은 모두 방위병으로 소집 해제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만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대통령의 군 통수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받는다. 헌법재판소는 군 통수권에 대해 군령과 군정을 포괄하는 권한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확전 각오 응징 보복'을 외치는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 과거 '북진·멸공 통일'을 외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얼핏 보이는 것은 왜일까. 전쟁은 정말 사소한 계기로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좌우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윤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염두에 뒀으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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