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성화 "'영웅', 제겐 큰 부담이자 책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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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2-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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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의 주인공 정성화 [사진=CJ ENM]

정성화는 누구보다 '안중근' 의사에 진심인 배우다. 14년 동안 뮤지컬 '영웅'을 통해 '안중근' 역할을 연기하며 누구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안중근' 의사를 들여다봤다. 14년 동안 이어진 그의 진심은 통했다. 그는 뮤지컬 '영웅'의 얼굴이 되었고, 영화 '영웅'의 주인공까지 도맡게 되었다.

"영화 주인공이 되었다는 소식들 듣고 '꿈을 이루었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겁이 나기도 했어요. 평지로 걷다가 갑자기 오르막길을 걷게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뮤지컬 '영웅'은 굉장히 사랑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시너지가 나야 하는데 역효과가 날까 봐 걱정됐어요. 계속해서 고민했지만, 결론적으로 '내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윤제균 감독님과 JK필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거니까. 한땀 한땀 잘 꿰어나가려고 했어요."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2009년 초연을 올린 뒤 9번째 무대에 오르는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다.

정성화는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도 '안중근' 역할을 맡았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아들, 남편으로서의 평온한 삶을 뒤로한 채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독립군 대장. 대한의병군 참모 중장으로서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회령 전투에서 예상치 못한 일본군의 습격으로 수많은 동지를 잃게 된다. 이후 안중근은 남은 동지들과 함께 3년 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것을 단지 동맹으로써 맹세한다. 마침내 독립군 정보원으로부터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 방문 계획을 입수한 안중근은 거사 일이 정해지자 결연한 의지와 함께 하얼빈역으로 향하고 마침내 적의 심장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영화 '영웅'의 주인공 정성화 [사진=CJ ENM]

"처음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제가 '안중근' 역할을 맡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작품이니까요. '다른 배우가 안중근 역할을 맡으면 제가 도와야겠다'라고 생각했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께서 '성화야 네가 주인공을 맡게 되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저라고 생각하셨다면서요. 가슴이 벅찼어요. 큰 부담이자 책임감으로 다가왔어요."

여러 차례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역할을 맡아왔지만, 영화는 달랐다. 캐릭터의 호흡이며 디테일에 많은 차이가 있었고 그는 영화 '영웅'만의 '안중근' 역할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공연을 보신 분들이 '뮤지컬과 구조가 같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부분부분 디테일이 달라요. 뮤지컬에 들어가지 않는 신도 많고 새로운 관점으로 보는 부분들이 있죠. 그런 부분들을 다시 공부했어요."

뮤지컬의 '넘버'와 영화의 '넘버'는 달랐다. 뮤지컬은 정제된 사운드를 통해 매끄럽게 노래했다면 영화는 노래를 대사처럼 들리게끔 하고 호흡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불어넣어야 했다.

"호흡을 살리기 위해서 세밀하게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휴대폰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여러 상의도 해보고요."
 

영화 '영웅'의 주인공 정성화 [사진=CJ ENM]

윤제균 감독은 처음부터 정성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긴 시간 누구보다 진심으로 '안중근' 역할을 연기해왔던 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영화 속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면서 영웅적 면모에 집착하지 않았어요.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가 더 중요했죠. 제가 다른 배우들보다 '안중근'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점이었어요. '인간적인 면'이요. 뮤지컬 '영웅' 초연 당시 직접 하얼빈도 가보고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느끼려고 했으니까요. 숨결이라고까지 할 수 없겠지만 그분이 걸어갔던 길이나 두려움 등은 체감이 된 상태였어요. 그런 점들을 보고 감독님께서 (저를 영화 주인공으로) 선택하신 게 아니었을까 짐작해보는 거예요."

뮤지컬 영화는 베테랑인 윤 감독에게도 낯선 장르였다. 그는 때때로 혼란을 겪기도 하고 헤매기도 했다. 그럴 때면 뮤지컬 베테랑인 정성화가 해답을 내놓기도 했다.

"윤제균 감독님께서 이미 뮤지컬 영화에 관해 많은 공부를 해오셨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넘버'에 관해 혼란을 겪으실 때 곁에서 이야기해드린 적은 있었어요. (감정을) 멜로디를 따를지 가사를 따를지 고민하셨거든요. 그런 건 저의 경험을 이야기해드리곤 했어요. 이런 게 가능했던 건 윤 감독님은 마음이 열려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은 방향이 있으실 텐데도 제 말을 충분히 듣고 반영해주시곤 했어요."
 

영화 '영웅' 스틸컷 [사진=CJ ENM]

그는 가장 어렵고 오래 촬영했던 '넘버'로 '장부가'를 꼽았다. '안중근' 의사가 사형대에 오르기 전 부르는 노래다. 하루 동안 13번이나 촬영했다는 그 장면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트리는 신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밤까지 부르면서 마지막에는 '여기가 어디지' 싶을 때도 있었어요. 무아지경에 이르는 경지까지 간 거죠. 정말 정말 힘들었습니다. 워낙 강한 노래인데 밸런스를 맞추는 게 힘들더라고요. 감정을 드러내면 노래가 무너지고요.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불렀어요."

정성화는 처음 '안중근' 역할을 접했을 때를 추억하기도 했다. 그는 "제게 '안중근'은 우리나라의 자긍심을 느끼게 했던 존재"라며 넘어설 수 없는 산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정성화라는 캔버스에 산을 그려내는 데 불과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만큼 제가 다 담아낼 수 없겠다고 본 거죠. 하지만 작품을 오래 하면서 그분의 다른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나름대로 역사 서적도 읽고 실제 장소도 가보면서 깨닫게 된 거죠. '안중근' 의사는 이상적인 신자이기도 하고 문장가시거든요. 새롭게 발견한 점들을 (영화에) 녹여냈어요. 뮤지컬을 할 때 큰 산만 볼 수 있었다면 영화를 찍을 때는 계곡과 나무, 물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뻐요."
 

영화 '영웅'의 주인공 정성화 [사진=CJ ENM]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성화는 "'영웅'을 통해 한국 뮤지컬 영화 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뮤지컬 영화 불모지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도 뮤지컬 영화가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좋은 뮤지컬 배우들이 많거든요. (그들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라요. 할리우드에서도 기웃거리도록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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