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세계는 식량전쟁 초입, 효율적 재원 활용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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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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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식량작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사국들에 대해 차기 이사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주요 곡물과 비료 생산국들이 관련된 이번 전쟁으로 식량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비료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022년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 현황(SOF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기아 인구는 7억200만~8억2800만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1억5000만명이 늘어난 규모다. 분쟁, 기후변화 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료 등 기타 투입재 가격 상승,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영향 등이 식량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식량 위기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곡물 수요량 중 7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 자급률도 45%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낮은 식량 자급률에도 식량 위기 시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식량안보지수(GFSI)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 말 기준 일본 식량자급률은 37%에 불과하지만 식량안보지수는 세계 8위(2021년 기준)를 기록했다. 32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와는 큰 격차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해외에 곡물터미널·곡물저장고 등을 확보하는 등 식량 공급망 강화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일본은 밀 2~3개월분과 사료곡물 2개월분을 상시 비축하는 식량위기 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하는 등 앞으로 전개될 식량안보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주요국들이 식량안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쟁 사안으로 번진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당해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 대비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 통과를 강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민 식습관 변화로 매해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쌀 생산을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쌀 재배면적을 줄이면서 밀, 콩 등 자급률이 현저히 낮은 품목의 대체 생산이 필요한 시점에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도입되면 식량안보에 필요한 재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시장격리 의무화와 타 작물 전환 지원책이 함께 시행되면 쌀 가격 상승 등으로 쌀농가 소득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벼 재배면적 감소 폭 둔화로 쌀 과잉 규모가 점차 확대돼 재정지출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쌀 과잉공급량은 정부 의무 매입 조치에 따른 가격 상승에 힘입어 개정안 도입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이다. 

농경연은 개정안 도입 시 2030년까지 쌀 시장 격리를 위해 연평균 투입되는 재정이 9666억원에 이르며 쌀 가격 상승으로 타 작물 전환 면적도 증가세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재정 부담은 2030년부터 연간 1조4000억원까지 증가하며 공급과잉 구조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쌀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식량안보를 위해 절실한 타 작물에 대한 지원 감소와 청년농, 스마트팜 등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식량전쟁을 앞두고 정쟁보다는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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