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역사적 총선 끝낸 말레이시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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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배 주말레이대사
입력 2022-12-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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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배 주말레이대사 [사진=외교부]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11월 19일 역사적인 총선이 실시되었다. 말레이계(65%), 중국계(21%), 인도계(6%)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서 정파간의 경쟁이 치열했던 선거였음에도 매우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투표가 진행되었다. 단독으로 과반수를 확보한 정파가 나오지 않아 연정 구성이 지연되면서 정세 불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왕의 중재로 11월 24일 야당연합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이 총리에 취임하였다. 오랜 정적으로 여겨졌던 여당연합 국민전선(BN)과 야당연합 희망연대(PH)가 협력하는 모습은 다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조화롭게 발전해온 말레이시아의 성숙한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쿠알라룸푸르 거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인종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개방성과 다양성이 말레이시아 사회,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된 듯하다.
 
말레이시아는 이러한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과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사회문화, 그리고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많은 외국기업들의 매력적 투자처가 되어왔다. 최근에는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말레이시아의 지정학적인 이점과 안정적인 통상환경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로서도 이러한 강점을 적극 활용하여 역내 선도국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 가장 의욕적인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선언하고 ESG에 부합한 첨단 고부가가치 분야의 외국인 투자유치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신정부를 주도할 희망연대(PH)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신정부의 투자와 관심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변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도 불구하고 그린수소, 탄소포집 및 저장(CCS), 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 분야는 물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생활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한류 열풍에 착안한 문화분야도 유망하다. 희망연대(PH)는 한국의 한류 문화 확산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창의 산업(Creative Industry) 육성을 주창하였다.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와 함께, K-푸드(food)와 할랄 등 소비재 관련 경제협력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말레이시아 양국은 이러한 양자간 관계 증진 노력과 더불어 협력의 지평을 지역과 국제 사회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한-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인도-태평양 전략과‘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하였다. 이는 아세안과의 전략적 공조 강화, 지역 및 국제적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을 골자로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주요국간 경쟁이 심화되고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말레이시아와의 협력의 여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공급망 회복,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 내 안정과 평화 등 주요 현안 대응을 위한 보다 긴밀한 협력은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며, 양국이 역내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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