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납품단가 연동제'…"반(反)시장적 법안" 우려의 시선 보내는 경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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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11-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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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가격 변화를 납품가에 연동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경제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내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24일 경제계에 따르면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행되면 계약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이 훼손되고 법률 리스크가 가중돼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내년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에서의 사업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경제계가 가장 큰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은 해당 법안이 반(反)시장적이라는 점이다. 납품단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자·수요자의 협상력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가된다. 배터리 업계는 최근 완성차 업계 전동화 바람에 힘입어 주요 원재료 가격을 판매가에 연동시켰다.

과거에는 리튬 등 가격이 급등해도 시장에서의 협상력이 부족해 인상분을 판매처에 전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판매가에 연동해, 이를 바탕으로 3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또 국내에서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미 상생경영 차원에서 완제품 기업이 납품단가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굳이 법제화를 통해 기업에 법률적인 부담을 주는 데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23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규제 불가역성으로 인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법안이 시행되면 부작용이 발생해도 되돌릴 수 없다”며 “지난 9월부터 361개 대‧중소기업이 자율참여하고 있는 시범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제화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출경쟁력 약화, 가파른 물가상승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납품단가가 강제로 전가되는 경우 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업계에서 수출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주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내 대기업은 상생경영 차원에서 단가 상승분을 반영하고는 있다”면서도 “다만 법제화가 되면 추가적인 비용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최근처럼 시장 상황이 비우호적일 땐 이런 추가 압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도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14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경제5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단계에 따라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어느정도 감내하고 얼마나 상위 단계에 전가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가 나온 것은 없다”면서도 “완제품 업계에 전가되는 규모가 크다면 결국 상당 부분 소비자에게 전가돼 당연히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오히려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했다. 중소기업계가 환영의 뜻을 표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중소기업 80% 이상이 납품단가 연동제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하는 추세인데 납품단가를 연동하면 대금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사업에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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