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점원인 나도 종이빨대 싫은데…반발 걱정"vs"불편하지만 동참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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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박새롬 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2-11-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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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회용품 제한 확대 첫날 현장

  • 비닐 대신 250원에 종이봉투 판매

  • 환경문제 관심 높아져 큰 불만 없어

  • "1년은 괜찮다"…비닐 주는 편의점도

24일 서울 중구 무교동 한 편의점에서 종이봉투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박새롬 수습기자]


"오늘부터 종이봉투만 드릴 수 있습니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편의점은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250원에 유상 판매했다. 이 편의점 직원은 "오늘 비닐봉투 찾는 손님들께 일일이 (규제 확대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고 말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감량 정책 확대에 따라 이날부터 편의점과 제과점에서는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이, 식당·카페 등에선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사용이 금지됐다.

시행 첫날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이날 오전 8시쯤 찾은 광화문 한 편의점 직원은 "비닐봉투는 100원 받고 드린다"고 안내했다. 인근 다른 편의점 직원은 "앞으로 1년 동안은 괜찮다"며 비닐봉투를 무료로 줬다. 

오후 1시쯤 광화문 일대 커피전문점 상황도 천차만별이었다. 종로구 한 프랜차이즈 매장은 여전히 매장 안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했다. 중구 무교동 한 카페에서도 매장 내 손님들 유리컵에는 대부분 빨대가 꽂혀있었다. 또 다른 커피전문점 직원은 "본사 공지를 받았는데 내부 빨대 금지되는 지점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손님에게 음료와 빨대를 함께 내밀었다.

반면 관악구 봉천역 부근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씨(35)는 본사에서 받은 종이 빨대를 준비해뒀다. 조씨는 "나도 밖에서 종이빨대를 사용하면 불편한데 손님들 반발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한 개인 카페도 전날까지 종이컵을 쌓아두던 커피머신 위에 유리컵을 가득 쌓아뒀다. 이 매장 직원은 "오늘부터 내부에서 종이컵을 못 드린다"고 고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24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 플라스틱 빨대를 포함한 일회용품이 여전히 비치돼 있다. [사진=백소희 수습기자]


일부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나타냈다. 광화문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 5명을 구매한 고객은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만 제공된다는 직원 설명에 "손잡이 없어 불편하다"며 음료만 들고 나갔다. 

다만 몇 년 새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탓인지 큰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관악구 제일종합시장을 찾은 시민 대부분은 개인 장바구니를 들고 방문했다. 시장 내 점포 대부분이 비닐봉투를 벽에 걸어 놓고 있었지만 자주 쓰이진 않았다. 장을 보러온 60대 주부 이모씨는 “오늘부터 뉴스에서 비닐봉투 사용 금지라는 걸 봤다"면서 "2~3년 전에 장바구니 사용 캠페인이 있을 때부터 은행에서 받은 장바구니를 항상 들고 나온다"고 했다. 일행인 70대 주부 송모씨도 "불편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부가 1년간 계도기간을 둔 것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어기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지만 앞으로 1년 동안은 부과가 유예된다.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최모씨(32)는 "계도기간을 주면 아무도 안 지킬 것 같다"며 "차라리 홍보를 확실하게 하고 바로 도입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구 태평로 편의점에서 만난 여모씨(29)는 "갑자기 바뀌면 손님도, 점주들도 불편하니 계도기간을 주는 게 맞다"고 했다. 무교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유모씨(34)도 "비닐 없이는 카페 운영이 어렵다"며 계도기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플라스틱 규제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일회용품 규제 시행령이 바뀐 지가 이미 1년이 지났다"며 "그동안 제도가 잘 자리 잡힐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나 홍보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시작에 맞춰 급하게 계도기간으로 (제도 시행을) 유예시킨 상황"이라며 "정부가 규제를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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