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이사 "로봇·사람 함께 배달 다닐 미래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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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11-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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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더 태부족…로봇 수요 폭증 예상해 선제 투자

  • 2017년 전담부서 조직…5년 뒤 70명 규모로 커져

  • 자율주행AI·클라우드 활용한 서비스 개발에 주력

  • 실내외 모두 다니는 배달 로봇 서비스 세계 첫 선

  • "생필품 된 세탁기처럼 일상 로봇 시대 온다 생각"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배달서비스실 이사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자율주행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배달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미래에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고 협력하는 배달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로봇배달서비스실을 이끌면서 1년 전 세계 최초로 실내외를 모두 오갈 수 있는 로봇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 환경에 더 잘 맞는 배달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다음은 김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라이더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달 부업을 중개하는) '배민 커넥트'를 2019년 시작했고 여기에 참여하는 '커넥터'가 5만명도 넘지만 여전히 급증하고 있는 빠른 배달 수요를 채우기엔 충분하지 않다. 또 시간당 주문을 많이 처리해야 하는 라이더들이 지역이 넓거나 외부인 출입 제한 등으로 배달을 완료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대단지 아파트, 오피스, 대학 캠퍼스 등에 배달하기를 꺼리는 문제가 있다. 이런 곳에는 라이더가 배달할 물품을 1층 엘리베이터 앞이나 건물 바깥에서 로봇에 건네고 로봇이 실내에서 배달을 마치는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라이더는 더 많은 주문을 소화하고 건물은 외부인 출입에 따른 위험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개발이 언제부터 시작됐나.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김봉진 창업자가 해외에서 배달업이 로봇배달을 시도하는 변화 흐름을 봤다. 10년, 20년 후 사람만이 아니라 로봇도 배달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로봇 사업 추진단'을 조직했다. 로봇 엔지니어나 관련 전문가 없이 디자이너 한 분과 사업개발 담당자 한 분, 2인 조직으로 시작한 추진단에 기획자와 개발자가 합류하면서 2018년 8명 규모 '로봇 딜리버리 셀'로 확대됐다. 이때 저를 비롯해 대부분 IT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개발한 분들이 모였고 로봇 관련 전문가는 없었다. 김 창업자는 이 셀을 만들면서 '로봇 말고 서비스를 먼저 개발하라'고 했다."

-어떻게 로봇을 개발하지 않고 로봇 배달 서비스를 개발하나.

"8명이 모여 한 일 중 하나는 종이상자 하나를 '로봇이라고 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1층부터 상층부까지 오가면서 '로봇이 이렇게 하면 (인간) 라이더에게 유용하지 않을까'를 추측하는 시뮬레이션이었다. 로봇이 이미 개발됐다는 전제로 그걸 활용해 우리가 실제로 배달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 가게 사장님이나 배달하는 라이더 분들에게 그게 얼마나 효과적이고 가치가 있을지 검증하는 일을 먼저 한 것이다. 초기에 배달 로봇을 제조할 파트너도 발굴하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다. 공장이나 산업용 로봇을 만드는 국내 제조사들은 배달 로봇 서비스 운영에 따르는 위험성과 수익성 우려로 우리를 말렸다. 중국, 미국, 유럽 지역 제조사는 대부분 '우아한형제들이 무슨 회사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결국 로봇을 자체 개발하게 된 것인가.

"앞서 로봇 기술 파트너를 찾기 위해 전 세계 배달 로봇을 모두 찾아 봤다. 주로 실내 활동만 가능한 로봇과 실외 활동만 가능한 로봇으로 구분된다. 제조사가 당장 구현 가능한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데 집중하다 보니 배달 분야에선 주로 실내용 로봇과 서빙 로봇 위주로 구현돼 있었다. 우리는 실내외 구분 없이 배달을 다닐 수 있는 로봇이 필요했다. 하드웨어 영역은 낯설었지만, 자율주행 기술과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활용하면 실내외에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관련 어려움을 해결할 좋은 엔지니어를 구해 기존 인력과 함께 (실내외 모두 배달 가능한 로봇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2019~2020년에 로봇 공학 전공자와 로봇 개발 엔지니어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 "양산 전 R&D 단계…순찰·보안 등에 자율주행 로봇 수요 커질 것"
 

우아한형제들 배달로봇 개발과 서비스 운영 이력 [그래픽=임이슬 기자]

-현재 로봇배달서비스실 조직 규모와 운영 실적이 궁금하다.

"서비스실에 70명가량이 일하고 있고 이제까지 로봇 배달로 처리된 주문 건수는 올해 7월까지 누적 1만건에 달한다.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 배달 주문을 로봇으로 처리한 곳은 우리뿐일 것이다. 누적 1만건을 배달의민족 전체 주문 수 대비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로봇 배달 서비스로 주문 하나를 완수하려면 전체 배달 과정에 걸쳐 배후 IT 인프라에서 많은 일이 매끄럽게 처리돼야 한다. 배달 1만건을 다니는 동안 로봇이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타고 문을 어떻게 열 것인지 등 다양한 현장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와 가게 사장님에게 불편이 없도록 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서비스 운영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달라.

"수원 광교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에서 2년 3개월가량 로봇 배달 서비스를 지속해 운영하고 있다. 여러 차례 사계절을 보내면서 다양한 실내외 환경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를 경험해 본 것이다. 이 덕분에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날씨, 어두운 밤 시간대 등에 실내외를 오가면서 로봇으로 배달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자산으로 축적했다. 올해 7월부터 인천공항에도 로봇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각 게이트(탑승구)까지 음료나 아이스크림 등을 로봇이 빠르고 정확한 시간에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한다. 누적된 데이터를 보면 이용자 10명 중 9명이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

-로봇 서비스를 원하는 곳에 로봇 자체를 공급할 계획은 없는지.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그런 (서비스용 로봇을 제공하는 형태의 협업) 제안을 줬을 때 고민하긴 했다. 인천공항 터미널의 넓은 공간을 오가야 하는데 기존 로봇으로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비스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설계 전문가 등의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 파트너를 통해 필요한 부품을 만들고 로봇으로 조립하고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반 로봇 수요가 배달뿐 아니라 순찰이나 보안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생길 것이다. 고객과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그런 쪽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지금은 우리가 제일 잘 하는 (배달)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한 번에 로봇 1000대를 찍어낸다든지 이런 수준이 아니고 실내외 함께 다니는 로봇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 단계다."

◆ 자체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기술 고도화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배달서비스실 이사가 이달 초 'AWS 인더스트리 위크' 콘퍼런스에서 진행한 발표 자료 일부. AWS 클라우드를 활용해 구현된 우아한형제들 로봇 배달 서비스 운영 인프라 구성도. [자료=우아한형제들]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문제는.

"자율주행 로봇 개발 환경에서 대부분 ROS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쓰인다. 우리도 쓰고 있다. 그런데 기존 ROS 기반 소프트웨어 기능은 주로 물류 로봇이나 실내에 지정된 구간을 왕복하는 형태의 로봇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 우리가 대응하고자 하는 아파트 같은 곳이 아니라 물류 산업이나 미국 지역 환경 등에 최적화돼 있다. 이 오픈소스와 함께 쓰이는 서드파티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 등으로 구현된 자율주행 기능 성능은 우리 상용 서비스 환경에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ROS를 기반으로 국내 환경에 필요한 성능을 얻기 위한 로봇 자율주행 분야 핵심 기능을 자체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 형태로 개발하기로 했다. 실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기존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보다 뛰어난 성능을 확보해 우리 서비스 환경에 더 잘 맞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로봇 배달 서비스 주요 문제 해결에 어떤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했나.

"배달의민족에 로봇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배달 로봇을 배차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걸 '로봇 딜리버리 매니지먼트 시스템(RDMS)'이라고 부른다. 또 배달 로봇이 건물 안에서 움직이면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있는 환경에서 특정 엘리베이터에 타라고 명령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엘리베이터 자동문과 통신하는 'IoT 커맨더'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의 모든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활용해 RDMS와 IoT 커맨더를 구동하고 있다."

-로봇 서비스 운영에 특화한 기능이 있다면 어떻게 쓰고 있는지.

"RDMS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 실시간 원격 관제 관련 부분이다. 아직 로봇 배달 속도는 위험할 만큼 빠르지 않지만 로봇이 주문에 따라 고객이 있는 건물 내 특정 층까지 제대로 배달하는지 확인하려면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영상을 확인해야 한다. 관제 센터에서 영상을 확인하는데 네트워크 연결과 이 영상 처리가 끊어지지 않아야 제대로 영상 관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부분에 'AWS 키네시스'라는 처리 기능과 우리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활용해 대처하고 있다. 또 IoT 커맨더는 웹서비스에 많이 쓰이는 레스트풀 API(Restful API) 대신 로봇 통신에 더 적합한 MQTT 프로토콜을 적용하는데, 이벤트 드리븐 아키텍처로 이걸 구현하면서 'AWS 메시지 큐' 등으로 이 통신을 처리하도록 했다."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과 로봇 서비스 개발의 차이점은.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통합과 개발(CI/CD) 파이프라인이 중요하다. 하지만 테스트 단계에서 로봇 기능을 개발하고 매번 물리적인 시간을 써서 시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시뮬레이터를 통해 자율 주행과 같은 기능을 빠르게 테스트한다. 시뮬레이션 환경을 잘 구축하고 새로운 기능이 이상 없이 돌아가는지 확인한 다음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3년 전 출시된 'AWS 로보메이커'는 로봇 서비스 개발 과정에 타사 대비 가장 발전된 CI/CD 파이프라인 솔루션으로 유용하다. 인천공항과 광교에서 운영 중인 로봇 집단(fleet)을 관리할 기술도 필요한데 해당 솔루션으로 'AWS IoT 로보러너'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아직 AWS IoT 로보러너는 공개 시험(public preview)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는데 정식 출시(GA)에 앞서 우리에게 필요한 '아파트 단지 외부에서 실내까지 주행'하는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 환경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AWS 글로벌 팀에 전달하려고 한다."

◆ "10년, 20년 뒤 '로봇 없는 미래' 상상하기 어렵다…법 개정으로 '일반 보도 통행 허용' 기대"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배달서비스실 이사 [사진=우아한형제들]

-앞으로 더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국내 서빙 로봇이 2019년부터 등장해 지금까지 꽤 많은 로봇이 상용화됐다. 앞으로 이런 로봇이 더 많이 등장하고 고급화해야 AWS 같은 곳이 우리 요구사항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 같다. 클라우드 사업자 외에 로봇 배달 인프라를 위해 엘리베이터 제조사 같은 곳과 협업할 필요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부터 이제까지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 호텔, 사무공간 건물 등 10여곳에 로봇 배달 서비스를 운영해 봤는데 아직 건물 내부는 배달 로봇이 다니기에 어려운 환경이다. 실내 수동문을 자동문으로 바꾸는 등 건물 내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올해 정부에서 한국을 글로벌 톱3 서비스 로봇 강국으로 만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와 관련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다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에서 로봇 배달 서비스와 관련한 규제 문제는 없나.

"현행법상 국내에서 로봇이 사유지가 아닌 공공 보도를 달리는 것은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에 인도와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주체는 보행자, 휠체어, 유모차 등 사람을 전제로 한다. 로봇은 '차'로 규정돼서 인도로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로봇 배달 서비스를 하려는 지역에 허락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로봇을 사람이나 차로 규정하지 않고 '퍼스널 딜리버리 디바이스(PDD)'라는 제3의 범주로 정의하고 이에 따라 속도와 기능상 제한을 두고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했다. 국내서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배달 로봇 등을 '자율주행 지능형 로봇'으로 규정하고 인도와 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 중 개정안이 통과하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앞으로 배달 로봇 역할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보나.

"1960년만 해도 빨래라는 일을 사람이 하는 게 당연했고 기계가 할 것이란 생각을 아무도 못 했는데 이제 세탁기는 생필품에 해당한다. 생산가능인구 규모가 정체·축소된다는 10년, 20년 뒤를 가늠하면 오히려 (사람 일손을 분담하는) 로봇이 없는 시대를 상상하기가 더 어렵다. 이런 미래를 상상하면서 미리 전략적으로 투자해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배달의민족은 단순히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넘어 생필품, 편의점 상품 배달과 꽃배달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배달을 통해 당장 필요한 것을 빠르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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