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중국 중앙TV(CCTV), 교도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태국 방콕에서 처음 만나 40분간 회담했다.
중·일 정상 간 대면 회담이 성사된 것은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만난 이후 약 3년 만으로,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은 처음이다. 양국 정상은 대만해협·북한 문제 등 지역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를 논의했다.
시진핑-기시다, 중·일 관계 개선에 공감대
두 정상은 양국의 대화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기시다 총리도 "현재의 일·중 관계는 여러 협력할 부분이 있지만, 많은 과제와 현안에도 직면해 있다"면서 "일·중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 모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대국이기에, 쌍방의 노력으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회담 후 기시다 총리는 "양국이 안보 분야에서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핵무기 사용과 핵전쟁에 반대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이 정상을 포함한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으며, 그 일환으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의 중국 방문도 조율하기로 했다고 기시다 총리는 전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는 환경과 의료 분야 등에서 양국이 협력하고,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일·중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매우 적극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도 중국과 일본이 양국 관계의 발전에 대해서 △관계의 중요성 불변 △중·일 경제 고위급 대화 추진 △중·일 인문교류 확대 등 5가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안정적이고 건설적인 중·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엔 신경전
하지만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에게 양국 갈등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활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해양과 영토분쟁 문제에서 이미 달성한 원칙적 공감대를 지키고 정치적 지혜와 책임을 갖고 이견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사와 대만 등 중대한 원칙 문제는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 및 기본 신뢰와 연관이 있다"며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타당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일본은 서로에 성심성의껏 대하고 신용을 쌓아 중·일 4대 정치문건(중·일 관계와 관련한 4대 중요 합의서)의 원칙을 엄수하고 역사적 경험을 살려 객관적·이성적으로 서로의 발전을 대해야 한다"며 "서로는 동반자로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공감대를 정책에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고, 누구도 어떤 구실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NHK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 대한 항의로 중국이 실시한 군사훈련 중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낙하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중·일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라면서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비(非)지역 세력을 끌고 오는 것이 이 지역을 '대립의 장'으로 만들고 일본 발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