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제네릭=복제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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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입력 2022-11-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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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약바이오업계에 때 아닌 '용어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문용어 표준화 일환으로 '제네릭'을 '복제약'으로 바꿔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제네릭은 특정 제약사가 처음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후 다른 제약사가 비슷한 성분 등으로 만든 '특허만료의약품'이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제네릭과 복제약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영어 '제네릭'이란 용어 자체에는 '복제'의 의미가 없다. 제네릭(Generic)은 대개 '일반적인'이란 의미로 쓰인다.
 
그렇다면 제네릭 의약품의 탄생 과정은 어떤가. 제네릭 의약품은 본질적으로 '복제약'이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제네릭의 탄생은 의약품 성격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전문의약품(의약품)은 공공재로 분류된다. 의약품은 전 국민에게 필요한 때에, 적정 가격으로 필요한 양만큼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약국이 수요·공급을 조절할 수 없고, 건강보험 재원으로 구입가격으로만 제공된다.
 
일반 기업이 생산하지만, 국가 통제가 개입되는 건 의약품이 국민 건강의 필수적 재화이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질병 치료와 예방 등에 효력이 있어야 하고 사용자 자신뿐 아니라 그 후대까지도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제네릭'이 탄생했다. 제네릭 제품이 등장하면 약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제네릭을 단순 복제약으로 깎아내리기엔 무리가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제네릭과 복제약은 실질적으로 그 의미와 성격이 상이해 용어가 변경될 경우 말이 통용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제네릭은 국가에서 정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해 의약품의 주요 성분과 안전성·유효성이 동등하다고 인정받기 때문에 단순히 베낀 의약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과거 오리지널의 이른바 '짝퉁약'이란 인식을 가진 '제네릭'을 다른 용어로 변경하기 위해 시민 공모전을 시행했다. 당시 채택된 용어는 '특허만료의약품'이다. 일본 또한 제네릭 용어 사용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후발의약품'이란 용어를 채택하고 있다.
 
번역가들은 올바른 번역은 원문의 의미를 온전하게 옮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지부가 제네릭을 복제약으로 바꿔 쓴다면 그야말로 '오역'을 공식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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