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사태에 신종자본증권 가격 급락… 매수호가 20% 할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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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2-11-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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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보험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에 대한 ‘미이행 결정’을 내리면서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매수 호가가 액면가 대비 20% 할인된 주문이 들어오는가 하면 시장 일각에서는 50%가 할인된 가격으로 매도 주문이 들어왔다는 글이 나오는 등 불안심리가 확대 중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한국계 외화채권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 외화 신종자본증권인 ’HUKLFI 4.475 PERP‘의 지난 2일 기준 거래가격은 84.958달러로 액면가(100달러)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1일 86.0달러로 전 거래일(99.7달러) 대비 큰 폭으로 낮아진 데 이어 가격 하락이 진행 중인 것이다. 문제는 신뢰가 깨지면서 이날 오전 매수 호가가 79.982달러까지 밀린 상태다. 이는 액면가의 20%가 할인된 가격이다. 매도호가도 액면가 대비 크게 낮은 89.645달러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콜옵션 미행사 소식이 전해지자 50%가 할인된 매도주문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 4월 23일 콜옵션 만기를 앞둔 10억 달러 규모의 한화생명 외화 신종자본증권(HLINSU 4.7 PERP) 가격도 97.508달러로 액면가를 밑돌고 있는 상태다. 매수 호가는 96.972달러 수준이다.
 
가격 하락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금리 4.48%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만기는 30년으로 약정된 이자를 지급한다면 2047년까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이 채권에는 5년 만기 조기상환 콜옵션이 부여돼 있어 올해 11월 9일 조기상환 만기가 돌아온 상태였다.
 
시장에서는 조기상환 콜옵션이 돌아오면 이를 갚는 게 관례였다고 말한다. 이에 흥국생명은 채권 조기상환을 위해 해외채권 및 차환 발행을 추진했으나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이 경직돼 채권 등의 신규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콜옵션 행사 시기를 잠정 연기한 것이다.
 
간단히 줄여 말하자면 흥국생명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려 했으나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이자를 추가 부담하면서 상황에 따라 갚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자율은 기존 4.475%에서 5년물 미국 국고채 금리에 2.472%를 더한 6.7%로 예상된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신뢰가 바탕으로 움직이는 만큼 이번 흥국생명의 행보는 한국계 외화채권 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 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실제 지난 2009년 금융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시행하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의 CDS 프리미엄이 급격히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 내 평판이 악화됐다”며 “이는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 심리 저하로 이어진 바 있다”고 말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한국계 외화채권(KP) 투자심리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예정된 KP 만기는 약 250억 달러로 올해보다 22%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달러채의 차환 우려가 높다”면서 “국내외 투자자의 KP 투자 수요 위축을 감안할 때 당분간 KP는 기조적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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