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차 없는 거리' 설정, 술 판매 금지…"이태원서 경찰·통제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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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2-10-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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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선진국, 이태원 참사 접하고 사전 조치 마련

  • 극심한 인구 밀도·안전불감증, 참사 발생에 영향

  • 외국 전문가 "인파 통제에 더 많은 경찰 보냈어야"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핼러윈을 이틀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4명이 사망한 대규모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해외 선진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일본, 홍콩 등 국가는 '차 없는 거리' 설정, 심야 술 판매 금지, 경찰 자체 매뉴얼 발동 등 사전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핼러윈 같은 대형 행사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31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매년 전국적으로 성대하게 핼러윈을 기념하는 미국은 지역 곳곳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낮추고자 차량을 통제하는 곳들이 있다.

미국 뉴욕시는 현지시각으로 핼러윈데이인 31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맨해튼·브루클린·브롱크스·퀸스 등의 메인거리 약 100곳을 일시 폐쇄한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 역시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주의 경보를 내렸다.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핼러윈 기간 일부 축제 구간에 자동차 진입을 차단했다. 사실상 도심을 '차 없는 거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 시부야구는 핼러윈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매너를 지키자는 포스터를 내걸며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심야 노상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음식점과 편의점에서도 주류 판매를 자제할 계획이다. 위드코로나로 방역 조치가 완화돼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자 주취자로 인한 사고 발생을 줄이고자 시행한 규제다. 또 경시청과 지방자치단체는 보행전용도로와 바리케이드를 마련하고, 행사장 곳곳에 감시탑을 설치한다. 감시탑에서는 'DJ폴리스'로 불리는 경찰관이 시민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 100만명이 몰려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홍콩은 경찰 자체 매뉴얼인 '란콰이펑 광장 핼러윈 기간 인파 관리 및 교통 체계'를 발동한다. 란콰이펑은 홍콩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번화가다. 란콰이펑 매뉴얼에 따르면 경찰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서 시민 동선 및 차량 도로 통제가 가능하다. 시민들을 나란히 줄 세워 이동시키고, 구체적인 우회로도 정해 둔다. 일부 행정구역에서는 도로 위 주차도 불가능하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형 이벤트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WP도 이태원 현장을 지휘하는 경찰의 수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영국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는 이런 참사가 좁고 사방이 막힌 곳에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상태에서 미는 것 같은 움직임이 있어 군중이 넘어질 때 일어난다면서 ‘도미노 효과’와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현장 목격자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특히 군중 속에 갇힌 사람들이 위아래로 압박받아 폐가 팽창할 공간이 없어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스틸 교수는 압박성 질식 등이 시작되는 데 6분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를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사진=CNN]

줄리엣 카이엠 전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CNN에 출연해 극심한 인구 밀도와 안전불감증이 이태원 참사 발생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에는 1㎢당 1만5699명의 시민이 살고 있다.

카이엠 전 차관보는 "서울 시민들은 밀집 공간에 익숙하다"며 "이러한 성향 때문에 거리가 붐비는 상황에서도 크게 경각심을 느끼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이날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해서 사람들을 대피시킬 책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한국의 여고생 인터뷰를 인용해 "코로나19로 거리 두기를 했던 지난해에도 이태원에는 핼러윈 행사를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한국 정부는 거리 두기 해제가 된 올해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경찰을 보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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