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관대한 참여재판 '공정성' 시비..."배심원 전문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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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장한지 기자
입력 2022-11-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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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내 배심원석. [사진=연합뉴스]

#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 주범인 조주빈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사는 “피해자가 어려운 점이 있음에도 증언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참여재판이 진행되면 굉장히 압박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국식 배심원 재판제도인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된 지 어느덧 14년이 지났다. 법관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를 통제하는 등 국민의 사법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참여재판의 공정성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특히 성범죄에 대한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상대적으로 높아 제도에 대한 악용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배심원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전무해 배심원단의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사법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지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참여재판에서 이뤄진 성폭력 범죄에 대한 무죄 평결 비율은 평균 27.88%를 기록했다.
 
참여재판에서 성범죄 무죄 평결률이 일반 강력 범죄보다 3배에서 최대 9배가량 높은 셈이다. 구체적으로 강도(8%)나 상해(9.17%) 등 무죄 평결율 대비 3배, 3.36%인 살인죄와 비교해선 약 9배 많았다. 참여재판에 참여하는 일반인 배심원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범죄 등에 대한 통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강력 범죄와 달리 증거 제출이 어려운 성폭력 범죄 특성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고 사법정책연구원은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온 주 원인으로, 배심원들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실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성폭력 범죄사건 재판 중 평결과 판결이 불일치한 사건은 총 25건(사건 수 기준)이었다. 그중 1건을 제외한 24건은 모두 배심원이 무죄 평결을 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판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전히 평결 등을 보면 배심원단은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이 존재해야 한다는 통념을 갖고 있다”며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오히려 무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통념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서 다소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면 전문가인 법관과 달리 배심원들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실체적 진실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현재 성폭력 범죄에 대해 관련 전담재판부를 두고, 성폭력 재판에 대한 실무를 지원하게 위한 재판실무편람을 발간하는 등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전문성과 배경 지식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은 각급 법원의 배심원 후보 예정자 명부에서 배심원을 무작위로 선정하는데 배심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한 별도의 전문적인 교육도 실시하지 않아 배심원이 없는 일반 형사 재판보다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승 연구위원은 “현행 참여재판 제도로는 배심원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잠재적인 배심원이 될 수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배심 교육 등을 진행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대법원이나 법무부 등 유관 기관이 대학이나 기업체, 공공기관 등을 활용해 사전적으로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참여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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