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웨덴 이어 이탈리아까지' 극우로 변하는 유럽...긴장하는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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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9-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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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자 거부·유로존 탈퇴 등 공약 내세워 인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당 대표 [사진=AFP·연합뉴스]

 
유럽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극우파의 힘이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각국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잇따라 승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높은 물가 상승 등으로 한동안 극우 정치세력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는 출구조사 결과 우파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파연합은 하원 400석 중 227∼257석, 상원 200석 중 111∼131석 등 상·하원 모두 넉넉하게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파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으로 구성돼 있다. 

우파연합이 승리하면서 이탈리아에는 극우 총리의 탄생 가능성이 커졌다. 우파연합은 지난 7월 제1정당이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번 총선 출구조사 결과 Fdl는 22∼26% 득표로 제1정당이 유력하고 이에 따라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멜로니 대표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인'이라고 불린다. 멜로니 대표는 15세 때부터 '이탈리아 사회운동(MSI)' 정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MSI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의 지지자들이 만든 정당이다. 멜로니는 2006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08년부터 3년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로 청년부 장관을 지냈다. 이어 2012년 극우 정당인 Fdl를 창당해 2018년 총선에서 4.4%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과거 무솔리니의 '하나님, 조국,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차용해 "우리는 하나님과 조국과 가족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면서 이탈리아가 EU의 러시아 제재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멜로니 대표는 러시아-우크라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지지를 밝히고 러시아 제재를 주장했지만 우파연합인 살비니 상원의원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이들은 최근에도 러시아 제재에 대한 회의감을 표했다. 살비니 의원은 지난 9월 초 이탈리아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전보다 2배, 3배, 심지어 4배 더 높은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7개월이 지난 후에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금고는 돈으로 가득 찼다"고 제재 효과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우파연합을 이끌고 있는 멜로니 대표가 유로존과 이민자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도 EU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멜로니 대표는 "이 나라를 억압하는 권력 체계로부터 해방할 것”이라며 유로존 탈퇴, 이민자 반대 등을 강조해왔다. 유로존 탈퇴 주장은 이탈리아의 부채 증가와 유럽은행(ECB) 총재 출신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와 차별성 부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멜로니 대표는 이민자의 이탈리아 입국을 막기 위해 해군봉쇄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이탈리아는 이민자가 지난해 동월 대비 61% 늘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이런 모습 때문에 EU 이민 개혁은 속도가 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파연합이 승리한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도 스웨덴과 프랑스 등 유럽 곳곳에 극우 정치 세력의 약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선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스웨덴 민주당이 20%가 넘는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올라 화제가 됐다. 지미 아케손 대표는 2009년 "무슬림 이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의 가장 큰 해외 위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그는 '이주민 제로', '외국인 범죄자 추방'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 프랑스 총선에서도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EU 탈퇴·이민자 거부 등을 내세워 41.5%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가 극우 정치 세력의 약진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유럽 의회 독일 대표인 거너스 백은 "생활비 위기가 정부와 기관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상황이 악화됐지만 전쟁 전 유럽의 통화 정책들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생활 수준이 위협받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정부와 정치에 불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킨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소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2일 브뤼겔 싱크탱크를 인용해 "러시아 가스 공급 축소는 27개 EU 회원국과 영국에 약 5000억 유로(496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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