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리 '안' 올리는 게 아니라 '못'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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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8-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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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3% 넘어도, BOJ는 요지부동"

  • BOJ 금리 인상은 '자승자박'?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으로 선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저성장·저물가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막대한 국채를 떠안은 BOJ가 매파로 선회했다가는 BOJ 스스로를 채무초과에 빠뜨릴 것이란 분석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뒤를 잇게 될 '포스트 구로다' 역시 비둘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 3% 넘어도, BOJ는 요지부동"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19명 가운데 16명은 일본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3%를 넘기더라도 구로다 총재가 임기가 종료하는 내년 4월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는 4월 4.1%를 기록한 뒤 5월 2.1%→6월 2.2→7월 2.4%를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BOJ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상승 속도 또한 가팔라졌다. 
 
경제학자들은 BOJ가 통화정책을 매파로 선회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3%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로, 그가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3월 초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파로 선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올해 8월~내년 1월까지는 물가 상승률이 3%를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외에도 임금 인상, 세계 경제 둔화 영향 및 엔화 움직임 등 여러 요인이 BOJ의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나가이 시게토 전 BOJ 국제부 국장은 설문조사에서 “기업 이익과 가계 소득의 증가와 함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없이는 정책 조정도 없고 안정적인 2% 인플레이션도 없을 것”이라며 “2% 인플레이션이 1년 이상 지속되더라도 공급망 충격으로 인한 것인 한, 긴축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제각각이다. 최근 또 다른 블룸버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가 올해 4분기 중 2.5%를 찍은 후 내년 말에 1%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씨티그룹과 SMBC 닛코 증권은 소비자물가가 올해 4분기 중 3%를 넘길 것으로 봤다.
 
BOJ 금리 인상은 '자승자박'?
일각에서는 BOJ가 금리를 못 올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막대한 일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BOJ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이 불 보듯 뻔해서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BOJ의 전체 자산 736조 엔 가운데 국채는 526조 엔(4조 달러, 장기 국채 511조 엔)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국체 잔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일본 전체 경제 규모와도 맞먹는다. 구로다 총재가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한 2013년에만 해도 해당 비율은 10% 대에 그쳤었다.
 
BOJ는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상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 아래로 제한하는 일드커브컨트롤(YCC)을 골자로 한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고 있다. YCC란 국채 금리가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BOJ가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여 금리 상승을 억누르는 것이다.

문제는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손해를 BOJ가 떠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이에 따른 차액만큼 평가손이 발생한다. 
 
블룸버그가 BOJ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장기금리가 1%포인트(p)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BOJ의 채권 보유액에서 29조엔(219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BOJ가 시장 압력에 굴복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포기한다면 초대형 국채 보유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해 BOJ는 저금리 국채를 대량 보유하게 됐고, 금리 인상으로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BOJ는 채무 초과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채무초과에 빠진 BOJ가 발행하는 엔화의 가치는 시장의 신뢰를 잃어 폭락할 수밖에 없다.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면, 이토 교수는 장기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BOJ의 국채 손실이 32조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블룸버그가 계산한 손실액보다 크다. 
 
프랑스계 금융회사인 나티시스의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앨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구로다 총재는 BOJ가 일본 국채(JGB)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BOJ에 손실을 유발한다는 점을 알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BOJ는 신속하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즈호증권은 BOJ가 YCC를 폐기할 경우 현재 0.25%로 제한된 10년물 국채 금리가 1%를 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당좌예금 역시 문제다. BOJ가 보유한 채무 중 당좌예금(시중은행 예금)은 563조 엔에 이른다. 시중은행은 가계나 기업으로부터 받은 예금액의 일부를 당좌예금에 적립해야 한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당좌예금 중 -0.1%의 금리가 적용되는 금액은 38조 엔에 그친다. 나머지 281조 엔에는 0%, 207조 엔에는 0.1%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토 교수는 정책금리가 1%로 오르면, 마이너스 0.1%를 적용한 금액 38조 엔을 제외한 나머지 525조 엔에 대한 1%(5조2500 엔)의 이자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BOJ가 적자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토 교수 “BOJ는 이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장단기 금리 조절과 양적 긴축을 조합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 일본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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