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리경쟁 본격화...예대금리차 공시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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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8-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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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촉진해 금융소비자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시작부터 부작용 우려를 낳고 있다. 은행별 특이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줄 세우기에 '예대금리차가 작을수록 착한 은행'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이자 담합'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신한은행은 직장인 대출을 포함한 개인 신용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최고 0.5%포인트 인하했다. 생활안정자금 목적인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 지표금리)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기반 변동금리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췄다. 전세자금대출 3종(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서울보증)도 0.2%포인트 내렸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22일 처음으로 은행권 예대금리차를 공시한 지 이틀 만이다. 신한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계 예대금리차(가계대출금리-저축성수신금리)가 1.62%포인트로 가장 컸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이번 대출금리 추가 인하가 금리 상승기 지원책 성격뿐 아니라 예대마진 축소 경쟁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은 시장 개입이 아닌 자유로운 경쟁으로 인한 금리 인하 유도라고 했지만 사실상 은행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앞으로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수신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KB국민은행은 25일부터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0.2%포인트 인하한다. NH농협은행도 26일부터 NH새희망홀씨대출과 NH청년전월세대출에 최대 0.5%포인트,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은행 측 움직임이 당장엔 예대금리차 공시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지만 예대금리차 경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은행권 담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시된 예대마진 수준으로 자사 예대마진을 맞추려는 시도가 은행권에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 서민 정책 대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신한은행·토스뱅크·전북은행 등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들이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오명'을 쓴 게 대표적이다. 국내 19개 은행 중 가계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곳으로 지목된 전북은행(6.33%포인트)은 대출금리가 높았지만 반대로 예금금리도 3.13%로 모든 은행 중 5위였다.

예대금리차 공시 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해 금융소비자가 이런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석해 혜택을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들은 공시에서 신용구간별 평균 대출금리만 제공돼 실제로 적용받는 금리와 큰 차이가 발생하고 대출금리가 낮게 고시된 은행을 찾아도 오히려 다른 은행보다 더 비싼 대출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소비자 후생을 내세워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망신 주기로 이어진다면 공시 대상 기업들이 다른 혜택을 축소하고 오히려 담합을 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대출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금·대출금리 수준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면서 "다만 금리 산정 업무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므로 은행권과 함께 진행 중인 금리산정체계 개선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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