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취임 100일 맞은 元 "목 넘김만 좋은 게 아니라 뒷맛 강한 정책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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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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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유의 소통 최대 무기…부동산 하락세 주도 성과·정책 실현 가능성은 과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처럼 그때그때 깜짝 정책으로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일관된 원칙과 방향 속에서 국민들은 예측가능하고 시장은 정상 작동하는 방향으로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한 방향을 잡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 100일을 맞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대선 기간 동안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저격수’이자,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칭을 얻었던 그가 국토부 수장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이는 드물었다.
 
원 장관은 전문성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특유의 소통 행보와 빠른 업무 파악 능력으로 극복하며 이른바 ‘실세 장관’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취임 100일에 “정치 그렇게 말라” 김동연 지사에 직격탄…왜?
 
원 장관은 어김없이 취임 100일인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출입기자단과 티타임 형식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대언론 소통에 나섰다.
 
원 장관은 먼저 1기 신도시 논란과 관련,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치를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 장관은 상당 시간을 1기 신도시 문제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최근 대통령실과 국토부는 브리핑을 통해 대선 공약 파기 논란 진화에 나선 상태다. 원 장관은 장관직까지 걸며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종합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사실상의 대선 공약 파기”라고 주장하며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경기지사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도시정비 기본계획 수립과 지구지정, 안전진단 실시, 조합설립·사업계획 인가, 준공 처리 등이 모두 (도지사가 아닌) 시장의 전적인 권한인데 뭘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이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틈타서 정치적으로 공약 파기로 몰고 가고 경기도가 해주겠다고 하는데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여러 걱정거리가 많은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270만호 주택 공급 대책에서 오는 2024년까지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또다시 ‘총선용 공약’이라는 항의가 쏟아졌다.
 
◆1기 신도시 청사진 제시…TF 차관급 격상·5개 시별 MP 설치
 
원 장관은 1기 신도시 태스크포스(TF)를 확대·개편하고 팀장을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5개의 1기 신도시에 각각 1명의 마스터 플래너(MP)를 두고, 다음달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번(8·16) 대책이 주거공급 관련 종합과제여서 신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가 적었다”면서 “1기 신도시 주민들이 기대하고 궁금해 하던 부분들에 약간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다. 오해도 있었고 설명 부족도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 장관은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을 공약대로 신속히 추진하겠다”면서 “단 하루도 우리(국토부)로 인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추진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공언했다.
 
이어 “즉각 1기 신도시 재정비 TF를 확대·개편하겠다”면서 “5개 신도시별로 팀을 만들고 여기에 (재정비 사업의) 권한을 다 갖고 있는 각 시장을 소통창구로 해서 지속적인 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TF는 실장이 책임자인데 자치단체장과의 협의와 소통 문제 등을 고려해 책임자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발표가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면서도 “연구용역 추진 과정에서도 수립 시기를 최대한 당겨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기 신도시 30만호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와 똑같은 숫자”라며 “이주대책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전세 폭등과 계획 전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원 장관은 “용산 역세권 재정비에만 50개월이 걸렸고, 3기 신도시 벌판에 도시를 배치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만도 36개월이 걸렸다”면서 “30만 인구가 밀집한 1기 신도시의 도시정비계획을 2024년까지 수립하겠다는 것 자체가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재건축 부담금 대책 등 산적한 현안…여소야대 한계 극복도
 
원 장관에게는 1시 신도시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주택공급은 물론 세제·금융 분야에서도 정책 방향을 선제적으로 발표하면서 전임 김현미 장관 이후 경제부총리에게 넘어갔던 부동산 정책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인 특유의 소통 행보로 빠르게 부동산 정책 주도권을 잡았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정책 실현의 시험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당장 8·16 주택공급도 사업 추진 시한이 못박히지 않아 ‘맹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정과제식으로 과제는 많은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국토부 집계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원 장관이 소화한 일정 가운데 관급 행사가 아닌 민생현장 방문, 현안 관련 당사자·업계 간담회, 전문가 미팅 등 행사가 50건에 달한다. 최소한 이틀에 한 번꼴로 직접 현장을 찾은 셈이다.
 
그는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활발한 소통을 약속하면서 ‘소통왕’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원 장관은 취임 직후인 5월 말 청년 간담회를 열어 불안한 주거 실태에 대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서울의 심야 택시난, 수도권 직장인의 출퇴근 버스난, 전세 사기와 층간소음 피해 등 문제가 있는 현장을 찾아 시민의 불만과 어려움을 듣고 대책 마련을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
 
건설업계를 비롯해 플랫폼·택시 업계와 버스 업계 등의 관계자들을 만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관(官)’에서 ‘민(民)’ 중심으로 가겠다는 기조다.
 
문재인 정부가 공급자 중심의 주택공급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지 못해 '미스매치'가 발생했다고 보고,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으로 주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8·16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논의 결과를 대거 반영해 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전언이다. 주택공급혁신위원회는 원 장관의 지시로 위원 총 15명 전원이 민간전문가로 채워졌다.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에서 정부 대책을 입법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일도 원 장관에게 주어진 중대한 과제 중 하나다.
 
국토부는 8·16 대책에서 다음달에 재건축 부담금 감면대책과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 등을 공개하고, 10월에는 추가 신규택지 발표 등 후속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원 장관은 “각오는 했지만 들여다봐야 할 국민들의 불편과 개선 과제가 너무 많고, 대부분 국토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난이도가 높았다”면서도 “목 넘김만 좋은 게 아니라 뒷맛도 강한 정책이 되도록 실천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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