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 경제전망 국장 "세계 경제, 80년대 신흥국 디폴트 상황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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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8-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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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은 부채·인플레이션·부실 재정 비슷

세계은행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부채가 많은 신흥국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2일 닛케이 아시아는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WB) 경제전망 국장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위태로운 상황을 전했다. 

코세 국장은 현재 세계 경제의 상황과 1970~1980년대 부채 위기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어 물가 상승과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변화가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세 국장은 1970~1980년대와 오늘날 경제의 공통점으로 △신흥국의 높은 부채 △높은 인플레이션 △부실한 재정 상태를 꼽았다. 이 세 가지 요인으로 당시에 신흥국은 부채 위기를 겪었다. 

코세 국장이 말한 위기는 1970~1980년 국제유가 파동으로 미국이 금리를 급속히 올린 여파를 말한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연준 폴 볼커 의장은 4%대였던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 당시 연준은 물가 안정화에 성공했지만 신흥국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파고를 그대로 맞았다. 1980년에는 스리랑카·볼리비아·페루, 1981년 폴란드·루마니아·중앙아프리카공화국, 1982년 멕시코·아르헨티나·에콰도르·나이지리아·터키 등이 디폴트 선언을 했다. 1983년에는 브라질·칠레·파나마·우루과이 등의 디폴트 선언도 이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신흥국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계은행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도 현재의 경제 상황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지속적인 공급 혼란, 성장 약화 전망,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긴축 통화정책에 직면한 이머징 마켓과 개발도상국의 취약성 면에서 1970년대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1970년대 약세와 대조를 보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더 작고, 주요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대체로 강하다고 봤다. 아울러 1970년대와 달리 선진국이나 많은 개도국의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에 대한 분명한 책무를 갖고 있고, 30년에 걸쳐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신뢰할 만한 업적을 쌓아왔다는 점에도 세계은행은 주목했다.

당시 세계은행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내년에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면, 일부 신흥국, 개발도상국의 금융 위기와 함께 급격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이나 위기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마르셀로 아살린 신흥국 채권 담당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투기 등급인 국가에 자금 조달 조건이 불리한 상태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시장에서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베스코의 홍콩 글로벌 시장 전략가 데이브 차오는 "미국 경제가 예상만큼 둔화하지 않을 것이며 연준은 고강도 긴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신흥국 시장을 버티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고강도 긴축이 시행된다면 신흥국의 위기가 본격화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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