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 '역대급' 인출 러시…5개월 순유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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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7-3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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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기 둔화로 향후 전망도 어두운 상황

'디폴트' 사태 이후 대통령 사임을 촉구하는 스리랑카 국민들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신흥국 시장의 자금 유출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급격히 진행하고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면서다. 개발도상국의 자금 유출 규모가 지금보다 커진다면 금융위기가 본격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만 경기침체 가능성에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경우 아시아 자본시장의 우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역대 최장 자금 순유출 기록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5개월 연속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인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자료를 인용해 7월 외국인 투자자가 신흥국의 주식과 국내 채권을 매도한 규모가 105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자금 순유출까지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의 자금이 380억 달러가 유출됐는데 그중 27.6%가 이달 빠져나간 것이다. FT는 "신흥국의 자금 순유출이 5개월 연속으로 나타난 것은 IFF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발행된 신흥국 채권도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기는 마찬가지다.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올해 지금까지 신흥국시장(EM) 외화 채권 펀드를 인출한 규모는 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 채권 펀드의 위험성은 수익률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FT가 JP모건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개 이상의 신흥국 외화 채권이 미국 재무부 채권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은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 이 정도 높은 수준의 스프레드는 채무 불이행 위험의 지표로 간주되곤 한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흥국 시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투자자들은 신흥국들이 팬데믹에서 완전히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일부 신흥국이 호조를 누렸다. 올해 4월 말까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원자재 수출국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무역 수지가 증가했다. 브라질과 콜롬비아 모두 원유를 생산하는 자원 부국이다. 

하지만 급격히 상황이 바뀌면서 신흥국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됐고 코로나 재유행으로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현실로 나타났다. 

자본금이 유출되자 일부 신흥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스리랑카는 지난 4월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하고 5월부터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에 접어들었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도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신흥국의 위험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1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부실 수준에서 거래되는 국가 부채가 있는 신흥국은 21개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보고서를 인용해 다음 디폴트 위험 국가로 라오스, 몽골, 미얀마 등을 꼽았다. 그 외 위험국가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도 위험 국가로 언급했다. 
 
한국·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 비교적 양호한 분위기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는 자본 시장 분위기가 양호한 국가로 꼽힌다. 지난 28일 로이터는 아시아 신흥시장은 잘 버티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면서 아시아 국가의 자본시장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른바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올해 미국 달러지수가 11% 상승했음에도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올해 5%만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 10년 만기 채권도 잘 버텼다. 올해 국채 대비 수익률은 오히려 축소됐다. 

한국도 시장 상황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한국 경제는 성장에 노출된 중공업과 하이테크 제조업 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받았다. 하지만 원화 가치는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약 9% 하락한 원화는 최저치에서 2% 정도 상승했다. 

모 시옹 심 싱가포르 은행 전략가는 "6~12개월 후에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느려지면 원화 가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 시장 전망 여전히 어두운 상황
향후 하반기 신흥국 시장의 분위기도 밝지는 않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조나단 포천 바르가스는 "하락세에 대한 심리가 일반화되고 있다"며 자본금 유출이 계속될 것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시장 분위기 악화와 중국의 경기 둔화를 전망한 전문가도 있었다.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의 아담 울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경기침체를 감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의 경기 회복 조짐도 거의 없다”며 “중국 금융시스템은 지난 1년의 불황으로 압박을 받고 다른 신흥국에 재융자할 능력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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