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590억톤, 그리고 420p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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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규 전 농촌진흥청장
입력 2022-08-1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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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규 농촌진흥청장[[사진=농촌진흥청]]

590억톤은 호모사피엔스가 2021년에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이다. 많이 운행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쯤 차에 연료를 채운다. 50~60ℓ에 달한다. 물보다 가볍긴 하나 무게가 꽤 나간다. 운행 중 타서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게 되니 없어지는 것이 맞기는 하다. 실제는 그 많은 양이 가스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나라별로 배출량은 중국, 미국 등 순이다. 대한민국은 9위이며 지난해 약 7억톤을 배출했다. 인구 1인당 14톤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

420ppm은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₂) 양이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며 100만개 중 420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하와이 마우나로아라는 섬에서 수십 년째 측정해오고 있다. 겨우 1만개 중 네 개가 무슨 문제를 일으킬 것이냐는 질문은 자연스럽다. 안타깝게도 기후온난화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산업혁명 직후에는 280ppm 이었다. 호모사피엔스가 온실가스를 배출한 결과다. 

 38억년 지구 생명체 역사에서 5번의 대멸절이 있었다. 많게는 종의 90% 이상이 멸종됐다. 10개의 각기 다른 생명체 중 9개가 영원히 없어진 것이다. 화산 폭발, 혜성 충돌 등으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주 요인이다. 6500만년 전 다섯 번째 멸절에서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가 지배동물이 됐다. 지금은 사피엔스가 맨 위에 있다. 

기후위기는 지구가 아닌 사피엔스의 위기다. 기껏 13만년밖에 살지 않은 종이다. 지구는 지난 45억년 동안 훨씬 혹독한 환경을 견뎌냈다. 590억톤을 0으로 만드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CO₂ 농도가 서서히 내려갈 것이다. 예전 기후와 날씨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그다음 순서다. 파리협약은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지구시민이 되자. 기후위기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공공 악재로 더 이상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지도자와 책임자를 선택할 때 최고 우선순위로 두고 뽑고 감시해야 한다. 먼 미래의 위기가 아니다. 당장 나와 가족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리협약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반드시 제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에너지 혁신을 추진하자. 사피엔스는 스스로 원시사회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사치의 덫’에 걸려 있는 동물이다. 과학과 기술이 답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도움이 되지만 답이 아니다. 탈원전 폐기의 바탕 위에서 다양하고 안전한 발전 형태의 원자력 에너지를 적극 사용하는 것이 향후 상당 기간의 해법이다. 핵융합발전을 위한 우리 연구진의 진전은 미래 에너지원의 가닥을 보여준다.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연료의 실용화 연구도 시급하다. 비용이 들더라도 CO₂를 포집·제거하는 시도를 해야 한다. 지도자의 비전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빈도가 잦아지는 폭염, 폭우, 바다 물 넘침 등 재해에 대한 대비책도 중요하나 여기에서 그치면 보통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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